"尹 민심 거역 땐 불행한 전철"···대통령에 '탄핵' 경고한 민주당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탄핵소추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으로, 민주당이 실제로 탄핵소추에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박 원내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약 40분에 달하는 연설 내용 중 '헌법'이란 단어를 총 22번 거론하면서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자해지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독립기념관장 김형석과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 이 두 명의 반국가관을 가진 공직자를 즉각 해임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대일 외교노선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의 일방적 친일 정책에 힘을 얻은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을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다 독도마저 일본에 내주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여당으로부터는 고성이, 야당으로부터는 박수가 쏟아지며 장내가 잠시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순천자흥 역천자망(順天者興 逆天者亡)'이라고 했다. 민심은 권력이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배를 뒤집는다"며 "우리 국민은 불의한 권력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석열 대통령도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앞서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요청 청원에 대한 청문회 개최' 안건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고 관련 청문회를 지난 7월 두 차례 진행한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은 이같은 안건 상정에 반발해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민주당은 대통령 임기 중 총 21번 행사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두고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초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법안들을 계속 거부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의 원리를 천명한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회를 존중하고 민심을 경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당장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실제 행동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하거나 시사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본다"며 "하나는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권에 대한 경고 및 압박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민주당이 실제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진 않을 것이라 본다"며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려면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2)를 넘겨야 하는데 여당에서 8명이 이탈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쉽지 않다. 또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위한 법률적 요건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아보인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여론인데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전체의 70~80%에 달할 정도로 많지 않으면 민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두고 여권에서는 "대여 정치 공세와 선동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으로 "오늘 박 원내대표의 연설은 협치하자던 야당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며 "출처와 근거가 미약한 내용을 사실인 듯 유도하며 정치 공세와 선전 선동을 이어갔다. 헌법 수호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한 인사를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이어 "사실상 협치를 걷어차겠다는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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