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사단은 어떤 DNA를 보유했기에 10년 넘게 질주하는 걸까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4. 9. 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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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네2’ 이어 ‘언니네 산지직송’까지, 결국은 좋은 사람이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24년 나영석 사단이 광폭 횡보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호황을 비롯해, 지난 초여름 <지락이의 뛰뛰빵빵>을 시작으로 <서진이네2>에 이어 <언니네 산지직송>까지 여름 시즌에 연이어 내보이면서 CJ ENM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나영석 사단의 예능들이 터지면서 tvN은 분위기 반전에 완전히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앞으로도 (아마도) 슈퍼주니어 등과 함께하는 콘텐츠 등 숏폼 예능 두어 편과, 백상예술대상 공약이었던 대규모 팬미팅, 그리고 4년 만에 돌아오는 <삼시세끼 어촌편6>과 내년 초를 목표 삼은 <지구오락실3>까지 대형 타자들의 등장이 빡빡하게 예고되어 있다.

브랜드 시리즈들이 타석에 즐비한 가운데 <언니네 산지직송>은 유일하게 새롭게 선보인 TV 콘텐츠다. 멤버도 염정아를 제외하면 모두 새롭게 나영석 사단과 함께하는 인물이고, 개인적 친분이 깊다곤 할 수 없는 '방송'다운 모임이다. 각자 염정아와는 친분이 있다곤 하지만, 서서히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녹아들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언니네 산지직송> 시리즈의 인물들은 예능 경험의 차이 때문인지, 교집합 부족의 영향인지, 미션 수행에 초점이 있어서인지, 아직은 무언가 낯설다.

하지만, 출연진이 혼성인 것 이외는 익숙하다. 서울, 그러니까 도시의 일상을 떠나 시골에서 노동을 하고, 함께 밥을 지어 먹는다. 당장의 먹거리만 걱정하면 되는 정서적 여유로움과 부지런한 몸이 조화를 이룬다. 현지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제철 식재료로 밥상 먹거리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고군분투는 사실상 <삼시세끼>의 로그라인이다.

그런데 <언니네 산지직송>은 메시지가 1화부터 강하게 드러나는 두괄식이다. <삼시세끼>의 익숙한 촌캉스 코드 위에 <체험 삶의 현장>과 지역 주민의 밥상 레시피를 스케치하는 <한국인의 밥상>의 방법론을 참고해 얹었다. 제철 음식의 소중함을 소개하고 이를 위한 노동의 가치를 곱씹는다. 슬로라이프 속에서 특정한 정서나 메시지를 전하던 동화 같은 스토리텔링 방식이 아니라서, 리얼리티보다는 미션형 예능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를테면 관찰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마련하던 기존 나영석 사단의 방식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꺼내서 힘주어 말하고 이를 위해 부여한 미션을 수행하는 낯선 방식이다. 연출을 맡은 김세희 PD는 "소중한 식재료가 바다에서 밥상까지 어떻게 올라오게 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라며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사는 재료들이 밥상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음식을 해 먹을 때 더 감사한 마음"을 출연진들 또한 갖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익숙한 부분도, 낯선 부분도, 아직은 성글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켜보는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감각이 주는 안온함과 로망에 대한 기대가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영석 사단 예능은 자타공인 특별하게 새롭지 않다. 침소봉대해가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주목하고 호들갑스럽게 이야기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포착할 만한 무언가가 많지 않다. 식당을 차려서 장사를 하고, 시골에서 밥을 지은 지 벌써 10년째다. 매주, 유튜브를 통해서는 나영석 PD의 삶과 일도 함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결국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그 바이브를 새롭고, 반갑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서진이네2>의 멤버들은 톱니처럼 맞물리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새로 합류한 고민시의 활약을 뿌듯해한다. 제작진은 자체 리뷰하면서 고민시를 섭외하기까지 좋은 사람임을 크로스 체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밝힌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가 흥하는 이유 또한 잘 되는 프로그램의 덕을 후배들과 나누며 '보은'하는 것이 결코 어색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소재와 장르가 흥행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좋은 사람들이라는 신뢰를 주는 일이다.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 반복되는 코드에도 매번 대박을 터트리는 이유이자, 편집을 통해 스토리를 '집필'하는, 어렵고 방대한 제작법을 굳이 예능 작법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나영석 사단의 예능은 채널 '십오야'를 통해 보여주는 크리에이터 나영석과 그 동료들의 모습을 닮아 있다.

나영석 PD는 타인에 대한 애정이 깊고, 결정적으로 모나지 않았다. 말투에서 묻어나는 수직적 위계나 기싸움을 위한 가드나 펀치가 없다. 게스트로 어떤 연예인이 오든 호감과 관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즐긴다. 이건 인성도 인품이지만 사실 에너지이자 DNA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능 패러다임이 유튜브로 넘어가며 사람의 존재가 곧 콘텐츠가 된 오늘날, 나영석 사단이 10년 넘게 질주하는 이유를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다시 돌아와 <언니네 산지직송>도 마찬가지다. 비슷해도 괜찮다. 게스트가 얼마나 화려할지, 일은 얼마나 고된지, 꿀맛 같은 밥상은 얼마나 먹음직스러울지 모두 중요하다. 제철 산물의 소중함도 물론 볼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좋은 사람들이 아무런 의도나 바라는 것 없이 함께하는 그 바이브를 시청자들이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각자가 좋은 사람임을 모르는 바가 아닌데, 좋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걸 재미로 만드는 건 별개의 문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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