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와 체코 원전 문제없다 던 정부, 돌연 "웨스팅 하우스 설비 쓰는 방안 검토 중"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지재권) 갈등을 풀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측으로부터 기자재 등 원전 설비를 공급받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그동안 '체코에 수출할 원전은 100% 국산 기술'이라며 물러설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웨스팅하우스 측의 '몽니'에 결국 국내 기업이 만든 설비 대신 미국 회사 설비를 가져다 쓰는 상황에 처한 것.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UAE 바라카 원전 수출 때도 지재권 주장하다 철회
정부 "기자재 등 설비 공급해 협력하는 방안 검토 중"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지재권) 갈등을 풀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측으로부터 기자재 등 원전 설비를 공급받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그동안 '체코에 수출할 원전은 100% 국산 기술'이라며 물러설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웨스팅하우스 측의 '몽니'에 결국 국내 기업이 만든 설비 대신 미국 회사 설비를 가져다 쓰는 상황에 처한 것.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체코 정부를 향해 원전 수출 본계약 성사를 위한 설득 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와 한수원이 서둘러 상황 정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답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체코 원전 건설 과정에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때처럼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설비 공급' 등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한국전력‧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재권에 대해 입장 차가 있다"면서도 "UAE 바라카 사례와 같이 설비 공급 등에서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 또한 "현재 소송 및 분쟁이 진행 중이지만 바라카 사례처럼 협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15년 전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할 때도 정부는 비슷한 방법으로 고비를 넘겼다. 웨스팅하우스는 2009년에도 지재권 침해를 주장하다 철회했는데 당시 정부와 한국전력이 원자로 냉각재펌프와 터빈 기자재 등 주요 부품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구매하는 조건으로 웨스팅하우스의 항의를 무마했다. 웨스팅하우스 입장에서는 지재권 침해 주장의 목적이 결국 '돈'이었는데 한국에 부품을 팔아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돼 마지못해 뒤로 물러섰던 것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주요 부품을 팔면서 가져간 돈은 약 20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총 186억 달러 규모였다.
그러나 이번 체코 원전의 경우 바라카 원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에 따르면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APR1000 원자로는 원전 설계 핵심 코드, 냉각재 펌프,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3대 핵심 기술을 국산화해 100% 우리나라 독자 기술만으로 원전을 지을 수 있다. 그리고 정부와 한수원은 이를 근거로 그동안 웨스팅하우스 측의 공격에도 "우리는 논리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바라카 원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기자재 등 일부 설비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웨스팅하우스와 협력을 하겠다는 것을 두고 여러 의문이 쌓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 내년 초로 예정된 본계약을 앞두고 결국 웨스팅하우스와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상황이 꼬일 수 있다는 조급함에 설익은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원전 수출에 사활을 거는 마당에 '원천 기술 침해'를 주장하는 웨스팅하우스의 발목 잡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 의원은 "수십 년에 걸쳐 국산화에 성공한 우리만의 독자적 기술인데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웨스팅하우스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앞으로 원전 수출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체코 정부도 우리나라를 지지한다고 한 만큼 원칙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웨스팅하우스와 소송보다 윈윈하는 방식으로 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미 정부 차원에서도 양국 산업협력 모델을 만들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구체적인 협력 모델은 기업들이 나중에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0년 산과 의사가 본 응급실 사태… "응급실 닫히면 필수의료도 붕괴, 군의관 파견은 소용없어" |
- 한국 여성을 '최하위'로 평가한 OECD의 이상한 보고서 | 한국일보
- 드레싱 하던 초보의사가 기도삽관? "공보의, 군의관 투입 '응급실 뺑뺑이' 못 막아" | 한국일보
- 1000만원까지 뛴 오아시스 콘서트 티켓..."언제 또 해체할지 모르니 가자" | 한국일보
- "LH는 땅만 팔면 끝인가"... 사전청약 당첨자도, 건설사도 '부글' | 한국일보
- [단독] 실명 위기도 20번 '전화 뺑뺑이'… 초응급 '대동맥박리'도 4시간 지연 | 한국일보
- 친모 폭로 여파…김수찬 소속사,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 한국일보
- "뭔가 있으니 저러겠지"… '계엄' 질러 놓고 발 빼는 민주당의 무책임 | 한국일보
- 문다혜 "가족 건드리는 거 아냐…더 이상 참지 않겠다" | 한국일보
- "불나면 어쩌나" 깎아줘도 안 사는 전기차, 없어서 못 파는 하이브리드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