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 "경찰, 딥페이크 위장수사 범위조차 파악 못해"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대상 카메라 이용 불법촬영물만 위장수사 가능, 경찰 성인까지 확대 계획 발표
국회 여가위, 민주당 김남희 "딥페이크 성범죄 위장수사 대상 아냐"…"방통위, 사업자 직접규제 안해" 비판도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딥페이크(딥러닝+페이크) 성범죄 피해 심각성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이 위장수사 허용 범위를 아동·청소년에서 성인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애초에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물에 대한 위장수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이 위장수사 범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4일 오후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딥페이크 대책이라며 성인까지 위장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에 대해 위장수사 안 되는 거 알고 있냐”며 “딥페이크 성범죄는 위장수사 대상도 아닌데, 경찰이 대책을 발표하면서 성인까지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한 걸 보면 뭘 할 수 있는지 뭘 할 수 없는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성보호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의2(아동·청소년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수사 특례)를 보면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또는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의 소지, 판매 또는 광고”에 대해 위장수사(신분비공개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2항을 보면 당사자(촬영대상자) 의사에 반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촬영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즉 해당 법조항들은 카메라 등으로 촬영해 만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해 위장수사를 규정한 내용일뿐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통한 성착취물에 대한 규정이 아니다. 딥페이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경찰이 그동안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사실까지 주목을 받자 경찰이 아동·청소년에 대한 딥페이크 성착취물도 위장수사가 불가능한데 이를 성인에도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김 의원은 “경찰이 그동안 텔레그램 딥페이크 수사가 어렵다면서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진 사례가 너무 많다”며 “인하대 딥페이크 사례는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사를 중지했고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도 마찬가지인데 나중에 피해자가 추적해서 검거했다”고 지적한 뒤 “딥페이크 관련 범죄 검거율이 50% 이하”라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성착취물에 대해 책임있게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서 성착취물에 대해 삭제 지원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디성센터에서 최근 5년간 피해 삭제 요청이 93만 건인데 삭제된 건 66만 건이고 26만 건은 삭제되지 않았다”며 “미삭제 건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디성센터에서 불법촬영물이 발견된 플랫폼에 지우라고 해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요 성착취물 사건을 구글에 검색하니 아직 피해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쏟아지고 있는데 네이버 등 국내 사이트에서는 보이지 않게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과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방통위는 네이버·구글 등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유통방지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물을 수 있는데 방통위가 과징금을 물린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여성가족부에서 방통위에 불법촬영물 피해구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넘겨서 심의 조치하도록 한 공문을 여가부에 회신했다”며 “이는 방통위가 사업자를 직접 규제할 수 있음에도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삭제하라'고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남희 의원실이 지난 2020년 딥페이크 성착취물 처벌 강화법 시행 이후 대법원 판결문을 전수분석한 결과 40%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27.5%에 그쳤고, 벌금형은 16%였다. 선고유예와 무죄는 각 2.2%였다. 피해자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고, 연예인·지인·친척·동창·일면식 없는 사이 등 다양했다.
김 의원은 “범죄 행위가 상당한데도 가해자들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형받는 게 현실”이라며 “디지털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해 제작과 유포 행위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소지하고 시청하는 사람까지 모두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양형기준도 정비해 가해자와 공조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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