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환 목사 “인권위원장에 혐오와 자유 헷갈리는 사람이라니”

이지혜 기자 2024. 9. 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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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권을 억압하는 종교의 자유는 있을 수 없습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 감리교에서 파문당한 이동환 목사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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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축복했던 이동환 목사
”인권 억압하는 종교 자유 없어”
‘안창호 인권위원장’ 반대 뜻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지난 8월21일 ‘정직 2년 징계’의 무효를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이 각하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군가의 인권을 억압하는 종교의 자유는 있을 수 없습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 감리교에서 파문당한 이동환 목사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근본주의적인 개신교 색채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성소수자 혐오 발언 등을 쏟아낸 안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목사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 후보자는) 개신교 내에서도 굉장히 근본주의적이고 극우적이고 차별적 생각을 가진 극소수 인사”라며 “혐오와 자유의 경계도 헷갈리는 사람이 소수자 인권에 예민한 감각을 가져야 할 인권위원장에 임명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종교의 논리에서 하나님은 완벽한 분인데, 하나님이 창조하신 성소수자를 어떻게 잘못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성경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해석해야지 (안 후보자처럼) 선택적으로 인용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안 후보자의 혐오 발언을 넘어 ‘정교분리’의 경계를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적인 자리에서 종교적 편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안 후보자의 행태야말로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목사는 “종교적 신념이 종교의 자유라는 포장을 쓰고 공적인 자리로 나와 세속법의 인권 관념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받아들여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인권의 차원에서 종교가 법보다 앞섰던 시기도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반대가 되어 버렸다”며 “저로서는 슬프지만 종교의 반인권적 행태는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이유로 징계와 출교 처분을 받은 이 목사가 감리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정교분리는 큰 쟁점이다. 이 재판에서 감리교는 “성소수자 차별은 종교의 자유이니 법원은 개입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아직 법적 판단이 명확하진 않다. 법원은 최근 출교 처분 가처분신청에서는 이 목사의 손을, 정직 징계처분 무효소송 1심에서는 감리교의 손을 들어주는 등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다.

종교의 반인권적인 행태를 제어할 법적 장치와 논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인권 개념을 종교적 잣대로 수정하려는 안 후보자의 등장은 거대한 ‘백래시’로 볼 수 있다. 이 목사는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보수 정치권과 보수 개신교의 연합”이라고 짚었다. “개신교가 교회 내부를 단속하기 위해 동성애 반대와 이슬람 반대를 이용하고 있고, 여기에 보수 정치인이 연합하면서 서로 혐오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여전히 한국 기독교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다. 이 목사는 “한국에는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 유달리 많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외국 교단을 보면 성소수자가 죄인이라는 인식은 이미 많이 사라졌다”며 “과거에는 종교가 장애인을 죄인으로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의과학이 발달하고 인권 의식이 변하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해왔다”고 말했다. “예수는 2천년 전 종교적 금기를 깨고 주류 종교가 죄인이라 낙인 찍었던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성매매 여성의 동행이 되어주신 분입니다. 오늘날 예수가 이 땅에 오신다면 분명 성소수자의 편에 서실 것이라 생각해요.”

다음은 일문일답.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진화론과 창조론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어떻게 보셨나.

“기독교 안에서도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부터 오늘날에 맞게 해석하는 사람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진화론을 받아들이되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등 과학과 대화하려는 시도도 충분히 있다. 어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안 후보자는 개신교 내에서도 굉장히 근본주의적이고 극우적이고 차별적 생각을 가진 극소수 인사다.”

-공적인 자리에서 종교적 색채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안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혐오와 자유의 경계도 헷갈리는 사람이 소수자 인권에 예민한 감각을 가져야 할 인권위원장에 임명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심지어 너무나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을 종교적 신념이라고 포장하면서 정당화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하다고 본다. 나아가서, 종교적 신념이 종교의 자유라는 포장을 쓰고 공적인 자리로 나와 세속법의 인권 관념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받아들여지는 것 자체가 문제다. 심지어 이게 논쟁거리가 되고 안 후보자가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공적인 영역과 종교의 영역을 목사님은 어떻게 구분하시나.

“그 문제는 사실 제가 감리교를 상대로 낸 재판의 쟁점과 맞닿아있다. 재판에서 감리교는 ‘우리가 성소수자를 차별하든, 그걸로 누군가를 처벌하든, 법원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는 ‘아무리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해도 종교 내에서 반인권적 행태가 나타날 때는 법이 제재해야 한다’고 다투고 있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해 법원도 확실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안 후보자 인선 논란 역시 본질은 종교와 공적 영역의 경계를 찾는 것일 수 있다.”

-종교는 어디까지나 헌법 안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한때 인권의 차원에서 종교가 법보다 앞서갔던 시대도 있었다. 법이 인권의 가치를 따라오지 못할 때 종교가 나서는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반대가 되어 버렸다. 저로서는 슬프지만 지금은 종교의 반인권적 행태가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할 때라고 본다.”

-성소수자 차별은 정말 기독교의 신념인가.

“그렇지 않다. 개신교 내에 안 후보자처럼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을 부른다’며 적극적인 혐오를 하는 사람은 소수라고 본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 종교고 하나님은 완벽한 분이라고 본다. 하나님의 창조에 실수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이 창조한 성소수자를 잘못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안 후보자처럼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개신교도는 성경을 근거로 내세운다.

“성경 속 대여섯 구절에 남색을 죄라고 칭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성경은 수천년 전에 쓰인 고대 문서고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보는 사람들은 ‘성경에 나온다’고 하지만, 이런 인용 역시 선택적이다. 자기들 신념을 강화하는 부분만 문자 그대로 가져오고, 그 외 다른 구절은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적 흐름과 상황을 보지 않고 선택적으로 성경을 인용하는 것은 너무 악의적이다. 물론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그런 인식을 가질 순 있지만, 적어도 그 인식이 공적인 영역에 나와 누군가의 인권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누군가의 인권을 억압하는 종교의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안 후보자는 ‘노출이 늘어나면 범죄가 늘어난다’는 등 여성차별적 인식도 보여줬는데, 이 역시 종교적 특성인가.

“한국의 가부장제와 종교의 순결 담론이 만나 만들어진 결과라고 본다. 교회 청년부 수련회 같은 곳에서도 성교육을 하면서 ‘남자들은 시각에 약하다’거나 ‘여성들이 짧은 옷을 입는 건 남성을 죄짓게 하는 거다’는 등 성범죄의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는 논리를 가르친다. 저도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정말 많이 들었다. 안 후보자는 그 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기독교는 왜 이리도 성소수자 차별에 진심일까.

“기독교는 2000년대 들어 성범죄나 교회 세습 등 도덕적 문제가 많아지면서 교인을 많이 잃었고 굉장히 위기 상황이다. 그 위기를 돌파하고 교회 내부를 단속하기 위해 기독교는 적을 상정하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동성애 반대와 이슬람 반대다. 게다가 이게 돈이 된다. 강의도 나가고 단체도 만들고 세력이 되니까 여기에 보수 정치인까지 연합하면서 서로 혐오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이 공적인 자리에 개입하는 일을 가능하게 한 건 보수 정치권과 보수 개신교의 연합이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한국 기독교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과거에는 종교가 장애인을 죄인으로 보던 시절도 있었고, 그걸 교회들이 그대로 답습해왔다. 하지만 의과학이 발달하고 인권 의식이 변하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해왔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 유달리 많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해외 교단을 보면 성소수자가 죄인이라는 인식은 이미 많이 사라졌다. 한국만 벗어나도 ‘성소수자는 죄인’이라는 신념이 전 세계적으로 전혀 합의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예수는 2천년 전 종교적 금기를 깨고 주류 종교가 죄인이라 낙인 찍었던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성매매 여성의 동행이 되어주신 분이다. 오늘날 예수가 이 땅에 오신다면 분명 성소수자의 편에 서실 것이라 생각한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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