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2024 파리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금 4개로 목표 바짝 다가서
2024 파리 패럴림픽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4개를 수확하며 목표에 바짝 다가섰다.
3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 등 총 19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순위 14위에 올랐다. 당초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20위가 목표였던 만큼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한 셈이다.
사격·탁구·보치아 빛났다
가장 많은 메달이 쏟아진 건 사격이다. 사격 대표팀은 현재까지 메달 6개(금3, 은1, 동2)를 거머쥐었다. 경기 첫날 금·은·동을 한 번에 따내며 화려한 시작을 알리더니 박진호(강릉시청)가 대회 첫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박진호는 5일 심영집(강릉시청)과 R6 혼성 50m 소총 복사(SH1 등급)에 출전해 '트리플 메달'에 도전한다.
전통적 효자 종목인 탁구도 메달 5개(은2, 동3)를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금메달 3개를 목표로 했던 탁구 대표팀은 복식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단식에 집중하고 있다. 단식은 이날 서수연(광주광역시청), 장영진(서울시청), 차수용(대구광역시청), 정영아(서울시청), 문성혜(성남시청)가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패럴림픽 탁구는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최소 동메달 5개가 확보된 것인데, 대표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단식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따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선수별로 스포츠 등급이 조금씩 달라 '멀티 금메달'도 가능하다.
10연패를 달성한 보치아에서도 메달 4개(금1, 은2, 동1)가 탄생했다. 보치아는 전날 에이스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의 활약으로 금메달을 따내면서 1988 서울 대회 이후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정호원은 5일 강선희(한전KPS)와 함께 나서는 페어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을 정조준할 방침이다.
루키들 활약도 눈길
이번 대회에선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선수들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선수는 배드민턴 유수영(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다. 선천적 지체장애를 가진 유수영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전략적으로 키운 선수다. 고등학생 때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보금자리를 떠나 3년여간 경기 이천선수촌에 머물기도 했다. 힘든 시간이 많았을 텐데도 "재미있어서 하는 거라 딱히 힘든 건 없다"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던 유수영은 생애 첫 패럴림픽에서 남자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단식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2002년생이라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 대회를 마친 유수영은 "앞날은 모른다고 하지만,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 막내인 보치아 서민규(안산시장애인체육회)도 떠오르는 신인 중 하나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서민규는 2005년생으로 올해 19세다. 개인전 4강, 단체전 결승을 목표로 했는데, 개인전에선 8강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정성준(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정소영(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과 함께 나서는 단체전에선 5일 메달 사냥에 나선다. 서민규는 "(개인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너무 아쉽다. 4년 뒤를 노려보겠다"며 "단체전에 '목숨을 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황태의 '해피엔딩', '기적' 같았던 여자 골볼의 출전
기적 같은 장면도 있었다.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에 출전한 김황태는 당초 목표로 했던 '꼴찌(11위)'에서 한 단계 높은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양팔이 없어 유속이 센 센강 수영이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음에도 달리기 구간에서 호주 선수 1명을 제쳤다. 2전3기 끝에 '패럴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룬 데 이어 부상 없이 완벽한 질주로 완주에 성공한 김황태는 대회를 마친 뒤 "꿈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며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세상 모든 중증장애인을 향해 "좌절하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며 "나와야 건강도 되찾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28년 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한 여자 골볼 대표팀도 조별예선에서 소중한 1승을 거두며 B조 3위로 8강을 치렀으나 8강 첫 경기에서 세계 최강인 튀르키예에 패해 메달 여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주장 김희진(서울시청)은 "출전 자체가 기적이었고, 대회 기간 내내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앞으로는 패럴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후배들이 계속 출전해 한국 골볼을 전 세계에 알리면 좋겠다"고 밝혔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대회가 이제 막 반환점을 돈 만큼 한국 선수단의 도전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은, 트라이애슬론과 함께 한국 선수로 사상 처음 출전하는 카누다. 개막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로 활약했던 최용범(도원이엔씨)이 카누에서 금빛 질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장애 카누 선수였던 최용범은 2022년 3월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후 은사였던 주종관 코치의 권유로 장애인 카누에 도전하게 됐고,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기적을 썼다. 최용범은 "금메달만 생각하고 있다"며 "다른 생각은 버리고 내가 준비한 것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휠체어 펜싱도 주목할 만하다. 이 종목에선 화가를 꿈꾸던 소녀에서 왼손잡이 검객으로 변신한 권효경(홍성군청)과 영화계 스타일리스트에서 휠체어 검객으로 탈바꿈한 조은혜(부루벨코리아)가 금빛 찌르기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파리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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