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동체·부당 임명' 文 겨냥한 검찰, 법조계 '추가 증거' 주목
"성년 자녀 입증 어렵다" vs "정황은 충분"…제3자 뇌물도 고심
(서울=뉴스1) 황두현 김기성 노선웅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증 가능성에 법조계의 이목이 쏠린다.
검찰의 논리는 사위가 받은 임금이 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이라는 구조다.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딸 다혜 씨와 문 전 대통령이 '경제공동체'여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다혜 씨의 계좌 추적을 통해 재산 흐름을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결혼 후에도 일정 수입이 없던 다혜 씨에게 문 전 대통령이 생활비를 지원해 주다가 서 씨 취업 이후 중단한 사실을 경제 공동체 근거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소재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2018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해 주는 대가로 같은해 7월 서 씨가 채용됐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서 씨가 2020년 4월까지 재직하며 받은 월 800만 원의 급여와 태국 이주비, 주거비 등 2억2300만 원을 뇌물로 보고 있다.
◇ 文 부녀 '경제공동체' 입증 관건…거액 현금 거래 변수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의 논리 밑바탕에는 경제공동체 개념이 있다. 경제공동체는 정식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2014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부부 사이의 금전적 관계를 언급하며 처음 사용했다. 공직자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경우에도 직접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다면 인정된다.
대표적인 사건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다. 2017년 4월 대법원은 삼성 등 대기업이 최 씨에 건넨 뇌물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두 사람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다"고 판단했다.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관계가 인정된 사례였다.
최근에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입시비리' 1·2심은 딸 조민 씨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며 받은 장학금을 조 대표가 받은 것과 같다고 봤다. 당시 딸의 생활비를 조 대표가 지원하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뇌물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이 민정수석 직무와 관련된 대가로 돈을 수수했다거나, 이를 민정수석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 대가로 제공된 뇌물임을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 청탁금지법 혐의만 유죄로 봤다.
반면 지난해 곽상도 전 국회의원 사건에서 법원은 아들 병채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자(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을 두고는 경제 공동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들이 독립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부자는 '경제적 한 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조계는 대가성으로 볼 수 있는 거액의 현금 거래가 있었다면 혐의 입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계좌 추적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은 다혜 씨 계좌로 수억 원이 송금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출처를 파악 중이라고 한다.
◇ 법조계 "성년 자녀 입증 어려워" vs "대가성 채용 정황"
문 전 대통령의 사례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딸이 이미 결혼까지 했고 남편이 일정한 수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성년자와 달리 성년이 된 자녀라면 생활비뿐 아니라 경제 활동을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며 "사위가 별도로 회사를 다니며 경제 활동을 한 적도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앞서 게임업체에 근무했었다.
시기적으로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서 씨 채용이 맞물려 있어 수사를 통해 대가성 정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취업으로 재산상 이익이 제공된 부분은 명확하기 때문에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만 규명하면 될 것"이라며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하는데)부적격 보고가 있었다는 정황도 하나의 근거"라고 말했다.
◇중진공 이사장 부정 임명 의혹…검찰, '제3자 뇌물' 고심할 듯
부정 채용 의혹의 또 다른 쟁점은 이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과정의 위법성 여부다. 임명 과정이 통상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면 대가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있었지만 임명이 강행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스타항공 회장 출신인 이 전 의원은 19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20대 경선에서 낙마했고, 2018년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2020년 1월 퇴임 후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상직 전 중진공 이사장의 경우 부적격 보고가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부적격하다는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장판사 출신 법조인은 "이 전 의원은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은 대통령 측에서 직무 관련성을 인식하고 (임명을) 했느냐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임명 과정이 시스템에 따라 이뤄졌다면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직접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은 점에 비춰 수사 과정에서 제3자 뇌물죄로 혐의를 비틀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경제공동체 논리는 필요하지 않지만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한 지방의 부장검사는 "부정 청탁은 정황 증거가 남지 않아 수사가 난해한 측면이 있다"며 "경제공동체를 입증할 수 있다면 뇌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뇌물이 인정되면 청탁이라는 사실은 묵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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