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개막…“부채 문제 해결” 약속한 중국

박은하 기자 2024. 9. 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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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일, 아프리카 53개국 대표단 파견
중국, 글로벌 사우스 규합 전략 강조
왕이 “채무 조정에 관여하겠다” 발언
중국이 투자한 보츠와나 광산촌의 태양광 단지를 지난달 12일 중국 파견 사절과 현지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이 4일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중국과 아프리카 50여개국은 6일까지 사흘 동안 투자와 경제협력 등을 논의한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서방과의 전략경쟁을 염두에 두고 아프리카 국가들을 괴롭히는 ‘부채의 덫’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은 2000년 시작됐다. 3년에 한 번씩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번갈아 열리며 이번이 8번째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포럼을 위해 아프리카 53개국 외교장관·경제장관급 인사와 아프리카연합(AU) 등 지역 국제기구 대표를 포함해 300여명이 방문했다.

중국은 이번 포럼이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지역에서 서방 패권이 흔들리고 중국·인도 등의 영향력이 커지며 다극적 세계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열린 첫 포럼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무사 파키 마하맛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의 힘이 커지고 있다”며 “아프리카는 세계의 중요한 한 극(極)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정치적 교류를 긴밀히 하면서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 개도국을 의미한다. 제국주의의 피해자이자 서방 위주 국제질서에서 소외된 존재라는 정치적 의미도 담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 역할을 자처하며 아프리카를 경제협력에서 나아가 다극적 세계질서를 이끄는 파트너로 대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전쟁범죄로 국제사법재판소(ICC)에 제소한 결정을 칭찬했다. 시 주석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총 15개국 지도자와 연쇄 양자회담을 가졌다.

제8회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 장관급 회의가 3일 베이징에서 열렸다./신화연합뉴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문제 해소에 중국이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왕 부장은 “중국은 AU의 주요 20개국(G20) 가입을 지원·추진하고 브릭스(BRICS) 협의체가 아프리카의 새로운 회원국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G20 등 다자 틀에서 아프리카의 채무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프리카의 채무는 대부분 유럽 등 서방 국가와 은행에 진 것이지만 중국 역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채무의 덫을 놓았다고 비판받고 있다.

채텀하우스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아프리카 국가가 중국에 진 빚은 전체 민간 및 공공외채의 12%를 차지하며 금액은 2020년 기준 6960억달러(약 934조원)에 달한다. 이는 포럼이 처음 시작된 2000년보다 5배 급증한 것이다.

시 주석이 시작한 일대일로 사업이 아프리카의 대중국 부채 급증 계기이다. 2017년 개통한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항구 도시 몸바사를 잇는 철도망은 당초 우간다까지 연장할 계획이었지만 케냐와 우간다 모두 중국에 빚을 갚느라 진척되지 않고 있다.

대중국 강경책을 내걸고 당선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중국에 채무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 1차 만기시점이 도래한 아프리카 17개국에 제공된 채무 23건을 탕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대일로 성과 및 현황

서방 언론은 중국의 새로운 아프리카 협력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도 요즘 투자 여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스턴대학 글로벌개발정책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아프리카 대출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폭락했다가 지난해 말 46억달러까지 회복했으나 2016년(288억달러)의 최고치에는 이르지 못한다. 로이터통신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뜻에 따를지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은 중국의 아프리카 접근을 “아프라카 국가를 규합해 유엔에서 대만 문제 등에 유리한 결론을 이끌고 인권 기준을 후퇴시키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언론들은 중국의 노력을 어느 정도 긍정 평가하고 있다. 남아공 서부케이프대학의 정치경제학자 리사 톰슨은 현지 매체 글로브앤드메일 칼럼에서 중국이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를 조차한 사실을 비판하면서도 “중국과의 채무조정은1980~1990년대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과 한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짐바브웨의 리튬 광산에 중국 투자로 배터리 공장이 세워진 것을 언급하며 서방과의 관계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모델이라고 짚었다.

다만 아프리카 측에서도 이번 포럼을 계기로 전략적인 대중국 관계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물자원과 공산품을 맞바꾸는 교역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무역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단적이다. 중국의 지난해 대아프리카 흑자액은 641억 달러(약86조원)에 이른다.

시 주석은 5일 연설에서 농업·녹색에너지투자 등을 강조할 전망이다. 6일 폐막식에는 중국·아프리카 공동선언이 나온다.


☞ [사이 월드] 10년 맞은 일대일로, ‘공동발전 모델’인가 ‘채무의 덫’인가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309051920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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