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외국인도 기관도 반도체 팔았다… 코스피 한달 만에 2600선 붕괴

배동주 기자 2024. 9. 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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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15% 급락 마감
美 경기침체 우려 재점화
외국인·기관 동반 순매도
코스닥지수는 3.76% 하락

코스피 2600선이 약 한 달 만에 또 무너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재점화하면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고평가론까지 재부각, SK하이닉스 주가는 8% 넘게 내렸다. 경기 침체 우려만 악재인 상황이 아니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리 인하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지수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3.83포인트(3.15%) 내린 2580.80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74.69포인트(2.80%) 내린 2589.94로 출발, 장 시작과 동시에 2600선이 무너졌다. 이후 장중 2608.13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재차 낙폭이 커졌다.

종가 기준 코스피 2500선 마감은 지난달 9일(2588.43)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당시 코스피는 미국발(發) ‘R(Recession, 침체)의 공포’로 시작한 5일의 지수 폭락에서 회복하지 못한 채였다. 이후 코스피는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안고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는 듯했으나 다시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급락의 이유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3일(현지 시각)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47.5)보다도 낮았다. 이 수치가 50 이하면 미국 제조업 업황이 위축 상태에 있음을 나타낸다.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한몫했다. 8월 말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같은 달 중순보다 늘었다는 보도가 이어진 여파다. 결국 미국 경제 내 성장 둔화 우려, 이른바 R의 공포가 다시 불거졌고 이는 주식 매도세로 이어졌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의 투매가 이어졌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이날 하루에만 9861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7307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개인이 1조6482억원 순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날 거래량은 약 4억4884만주, 거래대금은 약 11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스피 내 비중이 큰 반도체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 폭탄이 집중됐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1, 2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침체 우려에 AI 고평가론까지 이어진 영향으로, 간밤 AI 선두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약 10% 내린 영향도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술주 실적 부진 우려에 AI 고평가론이 재부각됐고, 또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위한 소환장이 발부되면서 반도체 기술주 투자심리 악화했다”면서 “한미반도체, 이수페타시스 등을 포함한 반도체주 전반의 주가가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의 주가가 이날 약세로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한국전력, 삼성에스디에스, SK텔레콤 3개에 불과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방어주 성격을 가진 전기가스업, 통신업종만 주목받은 것이다.

코스피가 전장 대비 83.83포인트(3.15%) 내린 2580.80으로 마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62포인트(3.76%) 내린 731.75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21.78포인트(2.86%) 내린 738.59로 출발해 낙폭이 커졌다. 투자자 매매 동향을 보면 기관이 149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1128억원, 외국인은 2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시총 상위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하락으로 마감했다. 알테오젠은 이날 하루 동안 5% 넘게 주가가 내리며 코스닥시장 시총 1위 자리를 에코프로비엠에 내줬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날 주가가 약 2% 내렸다. 이외 시총 상위 50개 종목 중 48개 종목의 주가가 내렸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대선이 끝나고,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 지표 악화는 고금리 피로와 대선 불확실성이 원인”이라면서 “9월 금리 인하, 11월 미국 대선을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 악화와 주도주 약세 등 이유로 차익실현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저가 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전일보다 3.2원 내린 1342.2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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