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재=주가 급등' K바이오 성공 공식 이을 다음 주자는

정기종 기자 2024. 9. 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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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HLB, 주력 신약 현지 임상 완료·허가 재신청 가시화에 두 달 새 급등
앞서 유한·SK바팜 미국 효과 톡톡히 입증…추가 증명 여부에 관심 집중

미국 시장 호재를 기반으로 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치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내 신약 허가와 판매 호조 등이 배경이다. 이에 미국 시장 내 대형 성과가 가시권에 진입한 HK이노엔과 HLB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과 HLB는 하반기 들어 두 달 새 주가가 28.0%, 53.5% 상승했다. 각 사 대표 신약의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 반영이 배경으로 이달 들어서도 상승폭 반납 없이 유사한 수준의 주가를 유지 중이다.

HK이노엔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의 판매 호조 속 미국 진출 가시화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됐다. 케이캡은 기존 PPI 계열 제제와 달리 복용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흡수가 빠른 것이 장점인 P-CAB 기반 치료제로 2019년 출시된 국산신약 30호다. 지난해 국내 원외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국산신약 중 최단 기간 대형 품목으로 성장했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20.6%를 차지하는 품목으로 완제·기술수출을 통해 46개국에 진출, 중국을 포함한 9개국에 출시됐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초대형 시장으로 꼽히는 국가로 양국이 전체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시장 규모는 약 3조7000억원으로 6000억원 규모 국내의 6배 이상이다.

케이캡은 지난 2021년 12월 미국 소화기의약품 전문기업 세벨라 자회사인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와 미국·캐나다 시장을 대상으로 기술수출 됐다. 개발사인 HK이노엔이 계약금과 임상·허가, 매출 단계별 기술료를 수령하고, 허가 이후 매출에 따른 별도 로열티를 15년 동안 받는 계약이다. 원료는 HK이노엔이 공급한다.

현재 미국에선 지난 4월 비미란성 식도염 대상 임상 3상 종료 후 데이터 정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결과 발표 후 내년 허가 신청이 예상된다. 또 다른 적응증인 미란성 식도염의 경우 내년 초 3상 종료가 예상된다. 특히 케이캡에 앞서 미국에 출시된 P-CAB 제제의 판매 호조도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P-CAB이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 비미란성역류성 식도염의 1차 치료FH 가장 권고되는 계열은 아직 PPI다"라며 "다만 최초로 진출한 P-CAB 제제 '보퀘즈나'가 2분기 전분기 대비 283% 증가한 매출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을 기록한 점은 케이캡 미국 매출액에 대한 눈높이를 제공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HLB는 최근 들어 미국 시장 기대감을 동력으로 한 주가 변동성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다. 이 회사는 올해 5월로 예상됐던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 기대감에 지난해 10월 3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지난 3월 12만원을 넘어섰다. 5월 역시 1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완요청에 급락하며 불과 이틀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보완요청 배경이 약물의 문제가 아닌 병용 파트너인 중국 항서제약의 제조품질관리(CMC) 문제인데다, 빠른 보완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에 하반기 들어 급속도로 회복에 성공했다. 항서제약은 이달 중으로 보완 서류 제출을 자신하고 있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은 신약 개발사에 '꿈의 무대'로 꼽힌다. 시장 규모는 물론, 가장 엄격한 규제 문턱에 허가 시 전 세계 어느 국가로든 진출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1%대 비중의 내수 시장을 보유한 국내사의 경우 그 효과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한양행과 SK바이오팜이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20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미국 허가 이후 월말까지 불과 8거래일 만에 주가가 50%나 상승했다. 7~8월 상승률은 74.3%에 이른다. 안정적 매출 기반을 구축한 전통제약사로서 지난해까지 수년간 큰 변동폭 없는 주가를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SK바이오팜 역시 국내사로는 최초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미국 허가까지 직접 수행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현지 판매 호조에 같은 기간 48.4%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노바메이트는 2분기에만 미국에서 105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회사에 창사 이래 첫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안겼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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