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잡으라고 데려올 땐 언제고요”···일본 섬 ‘몽구스’ 퇴치에 333억 쓰고 “근절 성공” 자찬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한 섬이 외래종 동물 몽구스를 30여년 만에 근절했다고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이 4일 보도했다. 토종·희귀종 피해를 막아 생물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취지이지만, 인간이 들여와 놓고는 목숨을 빼앗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섬은 고양이 포획 작전도 진행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가고시마현 지자체인 아마미오 섬은 1990년대 초반부터 퇴치 운동을 벌인 끝에 몽구스 근절에 성공했다고 일본 환경성이 전날 밝혔다.
앞서 섬은 1979년 독사 및 섬 농작물을 해치는 쥐 대응책으로 몽구스를 포획해 들여왔다. 고양이족제비로도 불리는 몽구스는 남아시아 등이 원산지로, 뱀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몽구스가 지나치게 빠르게 번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농축산물을 해하다 못해 토종 까마귀, 희귀종인 아마미 검은멧토끼까지 먹어 치운 것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입 후 약 20년이 지난 무렵 섬 내 몽구스 개체 수는 1만 마리에 달했다.
이에 1993년 현지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 단위에서 유해 조수 포획이 시작됐고, 2005년 외래생물법 시행 이후엔 정부까지 퇴치 운동에 본격 뛰어들었다. 포획 전문가 집단인 ‘아마미 몽구스 버스터즈’가 발족한 것도 이즈음이다. 올 상반기까지 쓰인 방제 사업비만 약 36억엔(약 333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포획한 몽구스는 3만2000여마리로, 2018년 4월을 끝으로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 검토회는 지난해 말 기준 근절 확률이 99%라는 결론을 냈고, 전날 환경성의 근절 선언으로 이어졌다. 현지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성과”라는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아마미오 섬은 면적이 712㎢에 달하는 지역으로, 마이니치는 “정착 후 근절에 성공한 지역 면적으로는 세계 최대”라고 전했다.
외래종, 데려오고선 죽이는 인간···“반복 말아야”
하지만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라는 냉정한 비판도 나왔다. 인간이 필요에 따라 동물을 데려오고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자 제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마미오 섬은 2018년 8월부터 야생 고양이 포획 작전도 실시하고 있다. 그해 세계유산 등록을 목표로 했으나, 등록 연기 결정이 나자 일본 환경성이 고유종을 해치는 외래종 개체 수를 조절한다는 취지로 팔을 걷어붙였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아마미오 섬 사람들이 고양이를 방목했던 건 맹독을 지닌 뱀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섬 내 고양이 숫자는 당시 정부 추산 최대 1200마리로, 아마미오 섬은 온라인에서 ‘고양이 섬’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붙잡은 고양이는 불임 수술 이후 희망자에게 양도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지만, 마땅한 양도처가 없으면 살처분으로 이어졌다. 이에 동물애호단체에선 “인간 탓에 태어난 고양이를 세계유산 등록을 위해 죽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마미오 섬은 2021년 7월 세계자연유산으로 정식 등재가 결정됐다.
포유류 학자이자 외래종 전문가인 이케다 도오루 홋카이도대 명예교수는 “‘사람이 나쁜데 왜 동물 측이 목숨을 빼앗겨야 하느냐’는 고민도 있다”면서도 “방제 대상 생물만이 아니라 외래종에 습격당하고 서식지를 빼앗기는 생물도 있으니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뇌에 찬 선택이지만, 아픔을 느끼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새겨야 한다”고 했다. 아사히는 몽구스 근절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무거운 교훈”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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