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무서명 결제 거래 한도 확대 '컨택리스 결제' 새로운 동력

길재식 2024. 9. 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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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리스 결제는 결제 단말기에 카드나 모바일 기기를 간편하게 터치만 하면 되는 혁신적인 결제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결제 방식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컨택리스 결제가 지닌 속도, 보안, 편의성 덕분에 카드 소지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다양한 시장에서 크게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90% 이상의 컨택리스 결제 이용률을 보이고 있으며, 90개 이상의 국가에서는 대면 결제의 절반 이상이 컨택리스 결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컨텍리스 결제 인지도 조사

컨택리스 결제 시스템 도입이 비교적 늦었던 국내에서도 컨택리스 결제가 점차 일상 속 편리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6월 비자가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컨택리스 결제에 대한 인지도와 경험은 1년 새 큰 폭으로 높아졌다. 컨택리스 카드 및 결제에 대한 인지도는 지난해 59.8%에서 올해 80.5%로, 20%포인트(P) 이상 성장했으며, 컨택리스 결제를 실제로 사용해 본 응답자도 지난해 7.9%에서 올해 45%로 6배가량 증가했다. 향후 1년 이내 컨택리스 결제 이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경험자의 83.8%가, 비경험자도 55.5%가 앞으로 이용하겠다고 답해 컨택리스 결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3월 애플페이 도입과 함께 EMV 결제 단말기의 보급률이 높아진 영향이다. 또 컨택리스 기능이 탑재된 카드 발급량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누적 발급 수가 650만장을 넘어선 해외여행 특화 카드에도 모두 컨택리스 결제 기능이 탑재되,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컨택리스 결제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5만원 이상 결제액에 대해 서명 절차가 필요해 컨택리스 카드를 사용하더라도 즉시 결제를 완료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유비나 가족 외식 등 일상 속에서 5만원을 초과하는 지출이 많은데, 빠르고 편리한 컨택리스 결제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서명 절차는 긍정적인 결제 경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가맹점에서는 5만원 이하의 거래에도 종종 서명을 요구해, 컨택리스 결제 과정에 더욱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 컨택리스 결제는 카드를 건네거나 단말기에 삽입하는 등의 접촉을 최소화해 위생적이라는 강점이 있으나, 서명을 해야 하는 경우 패드나 펜 접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 안팎으로 무서명 결제 거래 한도를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국내 카드업계와 가맹점에서도 금융당국에 무서명 거래 금액 상향 조정을 건의하는 등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무서명 결제 거래 한도가 10만원까지 확대된다면 보다 원활한 컨택리스 결제 환경이 조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필요한 접촉 과정은 최소화하고 거래 처리 속도를 높여 소비자 입장에서 결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도 빠르게 다음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며, 높은 고객 만족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원활한 결제 환경은 소비 증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무서명 거래 확대 시 카드 부정 사용 등 금융 사기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미 여러 국가에서 무서명 결제 거래 한도를 인상했으며, 이들 사례를 통해 무서명 거래 확대가 안전성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싱가포르, 호주 등 국가에서는 한도를 인상한 이후 컨택리스 결제 이용은 크게 증가했으며, 금융 사기율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싱가포르 컨텍리스 거래량
호주 컨텍리스 거래량

2017년 SGD 100(약 10만원)에서 SGD 200(약 20만원)으로 무서명 결제 한도를 2배 상향한 싱가포르에서는 컨택리스 결제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으며, 2020년 기준 금융사기율 또한 0~0.02%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한도를 인상한 호주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호주는 AUD 100(약 9만원)에서 AUD 200(약 19만원)으로 한도를 상향 조정했으며, 이후 금융 사기율이 기존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컨택리스 결제에 대한 안전성도 여러 국가의 데이터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한도를 인상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컨택리스 결제를 통한 부정 사용 사례는 타 결제 방식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컨택리스 결제의 확대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컨택리스 결제의 모든 거래는 실시간 분석의 대상이 되며, 의심스러운 거래의 경우 즉시 이를 차단하거나 서명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컨택리스 결제 방식은 여러 결제 유형 중에서도 특히 낮은 사기율을 자랑한다.

다양한 국가 사례로 결제 안전성이 확인되는 만큼, 높아진 물가와 결제 산업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무서명 결제 거래 한도 조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할 적기에 다다랐다. 더욱 확대되고 보편화될 컨택리스 결제의 이점을 통해 소비자와 가맹점의 편익을 높이고, 안전한 결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맹점과 카드사들도 동참하는 무서명 결제 거래 한도 확대 요청에 금융당국 및 관련 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사장

패트릭 스토리 Visa Korea 사장

〈필자〉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경제학 학사, 금융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6년 비자에 입사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지사에서 다양한 직책을 역임해왔다. 비자의 비즈니스 기획 및 운영과 컨설팅 및 애널리틱스를 차례로 총괄했으며, 소비자 금융, 결제, 정보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다. 비자코리아 사장으로 취임 후 카드사, 핀테크기업, 유통업계들과 협업하며 한국에 혁신적인 결제 및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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