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시달리다 9세 딸 살해한 엄마...‘징역 5년’
망상에 사로잡혀 어린 딸을 살해하고, 아들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40대 친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형 집행종료 후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주거지에서 딸 B(9)양을 질식시켜 살해하고, 아들 C(13)군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병원에서 망상·강박·우울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약물 부작용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해 증상이 악화했다. 범행 직전엔 의사로부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3월 중 A씨가 가족들과 함께 한 롤러스케이트장을 찾았던 것이 화근이 됐다. 당시 A씨는 자녀 3명과 함께 온 한 남성을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이후 이 남성의 자녀 가운데 1명이 보이지 않자 자기 때문에 실종된 것으로 생각했다.
이 일로 죄책감에 시달린 A씨는 자기 자식을 희생시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빠졌다. 사건 당일 남편이 출근하자 A씨는 집에 있던 딸을 먼저 살해했다. 이후 학교에 있던 아들도 집으로 불러 같은 방법으로 살해하려고 했지만, 저항해 달아나면서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A씨가 장기간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해 형을 감경했다. 범행 당시 A씨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본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B양은 세상 전부로 알고 믿고 의지했을 어머니에게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빼앗겼고, C군도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A씨가 사건 전까지 자녀들을 극진한 사랑으로 키워온 것으로 보이고, 각 범행이 망상·강박 장애 등의 상태에서 저질렀다”면서 “피해자들을 사랑했던 어머니로서 평생 죄책감과 고통, 후회 속에 살아갈 것이 분명한 점, A씨 가족이 치료와 사회 복귀를 다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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