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고동 꺼졌나···호실적과 반대로 가는 조선주 ‘주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조선주 하락세
고평가 부담으로 기관계 매도 이어져
한화오션은 실적 우려에도 하락방어

그림=챗GPT

올해 상반기 큰 폭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시가총액 수조원대의 주요 조선주들이 최근 들어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호실적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평가 부담이 커지며 기관의 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조선주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등이 하반기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주가가 11~12만원대를 오가다가 급속도로 상승해 지난달 9일 장중 22만5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데 이어 2분기 영업이익이 1956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685억원 대비 3배 가까이 오른 덕분이다.

하지만 그 이후 하락세를 거듭해 이달 들어 18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하락은 주로 국내 기관투자자가 주도했다.

기관투자자는 지난 한 달(8월 4일~9월 4일)간 HD현대중공업을 5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급격한 주가 상승 때문에 실적 발표 이후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일제히 해당 종목 매수를 권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지난 7월 HD현대중공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오는 3분기 실적이 매출액 3조6885억원, 영업이익 19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26%, 1441.86%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연초 주가가 7000원~8000원대를 오가다가 지난 7월 26일 1만228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당시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이 130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589억원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 종목 역시 하반기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이달 들어 1만원대 붕괴를 앞두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한 달간 34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증권사들은 삼성중공업이 3분기 매출액 2조5084억원, 영업이익 1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85%, 69.17%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국내 기관투자자 역시 9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에 상반기 실적 우려로 상승폭이 덜했던 한화오션이 최근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연초 2만5000원대였던 주가가 7월에 3만원까지 오르는 데 그쳤으나 하반기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현재 3만2000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2분기 9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오는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예정이지만 외국인·기관계 투자자 모두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