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입양기록②]허위 수량·백지 기록에 나랏돈…이상한 검수확인서

강혜인 2024. 9. 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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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진행된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 10년의 이면을 보도하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아동권리보장원(전 중앙입양원)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진행한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이 백지 스캔, 가이드라인 미비, 업로드 미비 등의 이유로 엉터리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년간 이어진 사업이 엉터리로 진행됐다면 사업 실제 수행사인 용역 업체 뿐 아니라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아동권리보장원에도 큰 책임이 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용역 사업 결과물을 제대로 평가하고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사업 검수 자체를 수년간 허술하게 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 이는 뉴스타파가 본 사업 검수확인서 등을 포함해 여러 문건을 대조 분석해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단적인 예시는 ‘백지 스캔’과 ‘허위 수량’이다. 아무런 내용이 없는 백지가 스캔됐는데도 사업비가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문서를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10년의 사업 기간 중 여러 해 동안 검수확인서에 적혀있는 스캔 수량과 실제 스캔 수량이 일치하지 않는 정황도 발견됐다. 

결국 아동권리보장원이 사업 부실 관리로 국가 예산을 낭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아동권리보장원 측에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아동권리보장원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10년 간의 사업 내용을 세밀하게 확인 조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걸러지지 않은 백지 스캔

뉴스타파가 복수의 루트를 통해 확보한 아동권리보장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은 거의 절반이 백지였다. 이 자료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아동권리보장원을 감사 중인 보건복지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마다 백지 스캔이 얼마나 있는지 등 사업 전반이 조사된 자료다.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은  ‘스캔’ 작업, ‘데이터 구축’ 작업, 그리고 ‘업로드’ 작업 등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이중 ‘스캔 작업’은 보육원 등 개별 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기록물 원자료를 스캔하는 것을 의미한다. 백지 스캔은, 이렇게 스캔된 자료 중 아무런 내용이 없는 그야말로 백지를 의미한다. 

2020년 아동권리보장원은 보건복지부와 명동성당 등 2개 기관에 보관되어 있던 자료를 스캔했다. 총 11만 3,690장이었다. 이중 절반이 백지라면 실제 내용이 있는 자료는 5만여 장에 그친다는 의미다.

입양 기록물 스캔 기록이 담겨있는 폴더에 백지가 다량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연 이미지)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해 검토한 2020년 사업 검수확인서를 보면, 총 스캔 면수가 11만 3,690장으로 기재되어 있다. 검수확인서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용역 업체로부터 결과물을 납품 받고 사업이 잘 수행됐는지 평가해 사업 대금의 최종 지급 전 작성하는 문건이다. 총 스캔 면수가 11만 3,690장으로 되어있다면 5만여 장에 달하는 것으로 보이는 백지 스캔에 대해서도 사업 대금이 지급됐다는 의미다. 2020년 아동권리보장원은 이 사업에 2억 3,450만 원을 지출했다. 

백지 스캔 문제는 2021년에도 반복됐다. 2021년 아동권리보장원은 13개 기관 자료를 스캔했다. 총 스캔 면수는 약 14만 장. 그런데 이중 최소 6개 기관의 자료에서 백지 스캔이 다량 발견됐다. 전체 스캔 면수 중 최소 30%가 백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업 완료 보고에는 이러한 언급은 없이 총 스캔 면수가 14만 장으로 되어있다. 사업 대금은 3억 1천만 원이었다. 

수량 안 맞는데 결재…여러 해 동안 반복

검수확인서상 작업 수량과 실제 작업 수량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검수확인서상 작업 수량이 실제 작업 수량보다 더 많았던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쉽게 말해 ‘수량 부풀리기’, 혹은 ‘허위 수량’인 건데, 어찌된 일인지 작업 수량 자체가 맞지 않는데도 검수를 담당한 아동권리보장원 직원들은 검수확인서에 서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여러 해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입양기록물 전산화 사업의 예산은 용역업체가 완료한 스캔의 장수(면수)와 데이터 구축 건수 등을 토대로 책정된다. 스캔 장수는 한 해 사업 예산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스캔 면수가 실제와 차이가 있다면 예산 일부가 과다 집행됐다는 의미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용역업체 A사는 2015년 어린이병원, 성원선시오의집 등 기관들의 자료를 총 86,412장 스캔했다. 그런데 같은 해 검수확인서에는 A사가 86,412장이 아니라 112,147장을 스캔했다고 되어있고, 검수를 담당한 아동권리보장원 직원의 서명이 되어있다. 

10년의 사업 기간 중 여러 해 동안 검수확인서에 적혀있는 스캔 수량과 실제 스캔 수량이 일치하지 않는 정황이 발견됐다.

2017년 1차 사업의 경우에는 실제 스캔 수량이 총 339,019장이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검수확인서에는 561,334장이 스캔됐다고 기재되어 있고 담당 직원이 서명했다. 2017년 2차 사업의 경우 실제 스캔 수량은 131,763장이라고 되어있는 반면 검수 수량은 250,611장으로 역시 검수 수량이 실제 수량보다 더 많다. 

2019년 역시 두 차례 사업이 진행됐는데 1차 때는 실제 스캔 수량은 24,221장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검수 수량은 34,878장으로 되어있고, 2차 사업 때는 실제 스캔 수량이 약 15,389장인 반면 검수 수량은 25,632장으로 되어있다. 2022년에는 실제 스캔 수량은 29,730으로 기재되어있는 반면 검수는 85,585장으로 되어 있다. 

위 표에 기재된 연도에는 검수확인서상 수량이 실제 작업 수량보다 많다. 실제 작업에 비해 더 많은 예산이 집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수량 불일치(2015년, 2017년, 2019년, 2022년) 문제와 백지 스캔(2020년, 2021년) 문제가 발생한 연도를 모두 더해 계산해보면, 검수 확인서상 스캔면 대비 실제 스캔 수량은 59%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기간 집행된 예산은 약 11억 4400만 원. 이 예산 중 상당 부분이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보장원 “사업내용 세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되풀이 

8월 30일 오전, 8개국 해외 입양인 단체와 2개 국내 단체가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아동권리보장원에 백지 스캔본에 예산이 집행되고 실제 작업량과 검수 결과가 서로 다른 데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질문에 대한 개별 답변 대신 “본 사안을 성실하고 철저하게 조사하여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계획”, “미흡한 내용이 발견될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입장만을 보내왔다. 

보건복지부는 다음주 이 사업의 실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문답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제 작업 수량과 검수 수량이 다른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라며 “연유를 파악한 뒤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로는 아동권리보장원 담당자 징계나 사업 원상복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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