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밥줄' 텔레그램 방패 견고한데…한국 경찰 뚫을 수 있을까
전문가 "보안으로 유명한 텔레그램이 얼마나 협조할지 불투명"
(서울=뉴스1) 김민수 김민재 기자 = 경찰이 딥페이크 성 착취물 범죄와 관련해 텔레그램 본사를 정조준하면서 한국은 물론 외신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앞서 2일 "딥페이크 본사 입건 전 조사(내수)에 착수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보안이 밥줄'인 텔레그램의 견고한 방어벽을 뚫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더구나 텔레그램 본사는 한국이 아닌 두바이에 있다. 정보 분야 전문가들도 "수사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신도 주목하는 한국 딥페이크 수사…경찰 "다양한 방안 고려" 강조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딥페이크 피해자가 많은 데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 텔레그램 본사를 대상으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유관 기관과 협조해 텔레그램 대표 강제송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앞서 2일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지금까지 전혀 검거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며 "저희 나름의 수사기법이 있어 최선을 다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본사를 입건 전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이 계정정보 등 수사 자료를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 수사기관에도 잘 주지 않는다"며 수사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텔레그램 측은 한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최근 한국 당국이 텔레그램에서 불법 콘텐츠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그동안 한국 당국으로부터 접수된 신고를 처리하고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상황 전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텔레그램의 이 같은 입장이 수사 협조를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텔레그램을 통한 성 범죄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돼 예상외로 협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텔레그램 또한 매체가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아마도 어느 수준까지는 수사 당국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보안' 내세워 유명해진 텔레그램, 수사에 협조적일까 문제는 텔레그램의 마케팅 포인트가 '보안성'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정부는 수사에 비협조적인 텔레그램의 이용을 금지하려 했다. 그러자 파벨 두로프(40)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프라이버시는 개인정보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러시아 태생인 그는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2014년 러시아를 떠나 독일로 망명했으며, 2021년에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 내에서도 텔레그램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프랑스 검찰은 두로프를 아동 성 착취물과 약물 배포, 자금 세탁, 조직범죄 방조 등의 혐의로 지난달 24일 예비 기소했다. 프랑스 검찰이 미성년자 성 착취물 수사를 진행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텔레그램이 비협조적으로 나온 탓에 이뤄진 조치다.
프랑스 당국이 수사에 나서면서 국제적으로 텔레그램 규제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텔레그램이 얼마나 수사에 협조적일지는 미지수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딥페이크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를 보면 모두 사적인 채팅그룹이고, 텔레그램의 방침은 '사적인 영역에 관여하지 않는다'인데 쉽게 협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텔레그램 수사를 위해선 결국 경찰 등 기관들끼리의 협력뿐만 아니라 국제 공조도 필수적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내 관련 기관들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통합적인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준태 교수는 "해외 서버를 두고 있는 플랫폼의 경우 수사기관의 노력과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불법합성물 제작자를 찾아내기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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