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누군가 책임져야"… 우리금융, 조병규 행장이 총대메나

IT조선 한재희 기자 2024. 9. 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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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책임론 커도 ‘모피아’ 네트워크가 허들
조병규 행장 임기만료 임박…내부에선 차기 저울질 한창

금융당국이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우리금융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예고한 가운데 경영진 중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올 가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임종룡 회장의 거취에 대해 온갖 설(說)들이 난무하는 상황. 하지만 은행가 안팎에선 나름 모피아 출신인 임종룡 회장이 순순히 물러날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거라 보는 듯하다.

대신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조병규 은행장이 사실상 연임불가를 통해 자연스럽게 책임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에선 이미 차기 행장이 누가 될지를 두고 어수선하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전경/우리은행

4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이달 말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어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경영권 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해서다. 조병규 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전임 회장 부당대출 ‘책임론’에 조 행장 사실상 연임 불가

조병규 은행장의 연임은 사실상 물 건너간 모습이다. 손태승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연말 임기가 끝나는 조 행장이 총대를 멜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제 내부에서도 조 행장이 올 한해 온갖 비리·횡령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다. ‘시중은행 중 당기순익 1위’와 같은 현실 불가능한 목표로 직원들을 닥달하며 피로도만 높이는 등 신망을 잃었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을 향해 연일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인 데 이어 우리금융 정기 검사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CEO 책임론을 꺼내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 전반에 퍼진 내부통제는 물론 금융당국에 보고 하지 않는 등 ‘은폐’ 의혹이 더해져 금감원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이 사태 적발 이후 ‘경영진은 몰랐다’는 식의 해명을 낸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은행에 이어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 등 계열사까지 전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이 줄줄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금융 경영진은 더욱 수세로 몰리는 모습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조 행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모피아’ 임종룡 회장, 징계는 쉽지 않을 듯

지난해 3월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뉴스1

일각에선 금감원의 칼끝이 임종룡 회장을 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장 징계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란게 업계 중론이다. 우리금융 전 계열사에서 일어난 친인척 대출 사건인 만큼, 회장에게 경영상 책임을 묻는다 하더라도 거취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미 과거에도 지주 회장을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았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사태와 관련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에 내린 중징계 모두 취소 소송에서 내리 패했다.

임 회장 역시 중징계를 받게 되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징계 취소 행정소송으로 진행될 것이 뻔하다. 임 회장의 임기는 2016년 3월까지로 이제 겨우 절반을 보냈을 뿐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남은 임기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앞서 사례처럼 금감원에 소송에서 패할 경우 무리한 제재를 꺼내든 금감원만 체면을 구기게 된다.

금융지주 회장 제재에 있어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임 회장은 24회 행정고시를 패스해 관료가 된 후 제5대(2015~2017년)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통 금융 관료다. ‘모피아(경제관료+마피아)’ 네트워크가 강력하다는 점에서 임 회장 징계가 확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거란 분석이다. 물론 이점 때문에 금감원과 금융위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우리금융 이사회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의결한만큼 임 회장의 경영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 역시 임 회장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대목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우리은행 내부선 차기 행장 하마평으로 술렁

우리은행 내부에선 이미 차기 행장 하마평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번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이면에 내부의 계파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알려진 만큼 차기 인선을 놓고 물밑 싸움 역시 치열하다는 분석이다.

잠재적인 은행장 후보군에는 우리은행 선임 부행장과 계열사 CEO들이 꼽힌다. 현 조 행장 역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에서 우리은행장으로 영전한 경우다.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와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조 행장과 함께 올해 말 임기가 끝이 난다.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는 우리은행 출신으로 지난해 은행장 선임 당시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들은 모두 1964년 생으로 동갑이다. 우리은행 집행부행장에서 계열사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는 공통점도 있다. 정연기 대표와 박완식 대표는 한일은행 출신, 이석태 대표는 상업은행 출신이다. 다만 해당 계열사 모두 전임 회장 친인척 대출 사건에 연루된 점이 변수다.

또 다른 후보군에 우리은행 부행장이 있다. 영국 런던지점장과 본부장을 지낸 유도현 부행장은 유럽시장에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임종룡 회장과 적지 않은 공통분모를 가진것으로 전해진다. 또, 김건호 부행장의 경우, 연대 상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분석이다.

조 행장 취임 후 주요 부행장단이 상업은행 출신들로 채워진 가운데 한일 출신 부행장도 주목 받고 있다. 다만 이번 부정대출 사건 검사 영향권 안에 든 인물들을 제외하고 후보군에 오르는 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외부 인물 영입도 열려있다. 임 회장은 계파 갈등을 끝내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4단계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명분도 충분하다. 임 회장은 이미 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를 영입한 바 있는 만큼 외부 후보자가 등장할 수 있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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