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한동훈의 채 상병 특검법 ‘의지’···당내에선 자체 발의 비관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지를 밝힌 자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발의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한동훈안 수용’을 표방하며 발의한 특검법에 대해서는 “무늬만 제3자 추천”이라며 선을 그었다. 친윤석열(친윤)계가 “정쟁에 이용될 것”이라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결국 당론 발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당 안팎의 거센 압박에 한 대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
한 대표는 4일 친윤석열(친윤)계 윤한홍 의원, 이양수·성일종 의원 등과 오찬을 갖고 채 상병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개별 의원들을 설득하는 ‘식사정치’의 일환이다. 지난달 5일부터 시작해 오는 6일, 26일에도 3선 의원들과 회동이 예정됐다.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자체 발의 약속과 관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발의가 필요하다”, “당내 절차가 필요하다.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한다. 한 대표는 전날 경북 구미에서도 “제 입장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한 대표 측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의지도 있고 계획도 돼 있다”며 “법안도 큰 틀에서는 다 만들어져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특검법 발의를 위한 당내 여론은 좀처럼 모이지 않고 있다. 한 대표가 직접 임명한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지난 2일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발의를 위해 10명을 모으는 건 쉽다”면서도 “발의자가 전체 의원 수의 과반이 넘지 않으면 대표의 면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거치면허 당내에는 특검법 반대 논리도 견고하게 쌓였다. 공식 논평과 원내지도부 모두 “공수처 수사 후에도 의혹이 남을 경우 특검을 추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6월23일 당대표 출마선언)던 한 대표의 약속은 무색해졌다.
특히 친윤 의원들의 반대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한 대표 자체 특검법이 정쟁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윤 초선 의원은 “한 대표의 제3자안이 당정 갈등을 부추기는 이슈가 되지 않았나”라며 “이건 제3자 특검을 할 게 아니라 야당의 의도를 짚어주면서 특검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걸 명확히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여론에 대해서는 “여기에 무슨 관심이 있겠나”라며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표로서는 발의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측근들만으로 발의를 강행하는 것도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 강하다”며 “그걸 본인이 어기고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바보가 아니면 다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의를 추진하자니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도 원치 않는 사안이고 의·정갈등 등 여러 사안으로 투닥거린 것도 있는데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도 안 돈 상태에서 몰아붙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야당 압박과 대통령실·친윤 등쌀 사이에서 한 대표의 의지는 말로만 존재할뿐 실천으로는 연결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친한계는 이르면 이달 말로 기대하는 공수처 수사 결과 발표를 변수로 보고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공수처는 기소 의견을 했는데 검찰이 기소를 안 하면 (공수처는) 검찰이 묻었다고 면피할 수 있지 않나”라며 “그러면 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진상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장 특검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좀 새롭게 일어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범수 사무총장도 전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을 향해 “채 상병 관련해서 1년 넘게 해야 할 수사인가”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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