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북TP, 수백억 들인 R&D 장비 현황 해마다 엉터리 보고
고가 장비 목록에 누락된 채 보고...감사 등 조치 절실
"출연기관 장비 현황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 대폭 강화"
[더팩트ㅣ안동=최대억 기자] 경북테크노파크(경북TP)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술 개발과 시험 및 성능 평가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연구(R&D) 장비 공동 활용 지원사업' 실적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경북TP가 경영평가 기관인 경북도에 보고한 R&D 장비 대수는 실제 보유 대수와 100대 이상이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경북도는 물론 경북도의회조차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장비와 별도로 구매한 수십억 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해선 경북도의회 차원에서 경북TP 출범 26년간 단 한 차례도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TP는 도내 산업 분야 컨트롤타워로서 연구개발, 기업 지원, 거점 기능 등을 강화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26년 전에 출범했으며, 지난 2일부터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의 재산권 등을 승계받아 통합법인 경북TP로 운영되고 있다.
14일 경북TP에 따르면 1998년 8월 설립 이후 그동안 국·도·시비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 705억 7000만 원을 들여 432대의 연구장비(2023년 12월 말 기준)를 확보했다. 올해는 32대의 장비 도입에 38억 9000만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경북TP의 장비 현황과 달리 경북도, 경북도의회가 보고받은 경북TP 장비 구매 대수 및 취득 금액(2023년 12월 말 기준)은 357대, 605억 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75대, 100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데다, 지역 기업들이 실제 연구원의 R&D 장비 이용 실적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가 경북도와 경북도의회 등에서 단독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북TP의 최근 3년간 R&D 사업 수행 및 장비를 미활용한 실적은 2023년 120대(전체 357대), 2022년 116대(전체 340대), 2021년 138대(전체 327대)로 매년 100대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북TP의 대표적인 R&D 장비인 △액체질소 보관탱크 △실험용 냉장고(3대) △미생물오염도 챔버 △나노분광 분석기 △해부현미경 △측색기 △플라자마 발생 장치 △절연내전압시험기 등 고가의 장비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업체의 사용 실적이 '0'건으로 나타났다.
장비 활용을 통한 총 수익금도 10억 623만 2000원(2021년), 9억 5632만 6000원(2022년), 8억 1863만 4000원(2023년) 등 매년 1억 원씩 줄어든 실정에다 작년 4월에 구입한 장비 중 금속 3D 적충제조 생산 시스템(12억 원)과 다축 무소음 가진 시스템(1억 5850만 원)은 장비 목록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북TP 관계자는 "경북도와 중소기업벤처부에 보고되는 장비 활용률 경영평가 기준이 다르다"며 "경북도는 보고 기준이 3000만 원 이상이 다 해당되며, 중기부는 연구시설장비종합정보서비스(ZEUS)에서 관리하는 3000만 원 이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3000만 원 이상 장비 대수는 229대, 취득액은 671억 2000만 원이다"고 했다.
그러나 경북도와 경북도의회에 보고된 장비 대수는 357대(605억 7000만 원)로, 경북TP의 주장과는 달리 128대(65억 5000만 원) 차이가 발생하는 등 장비 관리 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지난해 2월 경주 미래차 첨단소재 성형가공센터 구축 시 구매한 설계SW시스템(autoform)과 설계전후처리SW시스템 등 장비는 시설 장비 목록과는 전혀 무관한 시설 장비 '재료비 항목'으로 분류돼 있어 2014년부터 구입한 33대(33억 8000만 원)의 소트프웨어 장비 내역과 구매 과정은 경북도뿐만 아니라 경북도의회에선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북TP 관계자는 "스프트웨어는 관리를 하지 않고 각각 센터별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동네 점방도 아니고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경북TP는 그동안 보유한 정확한 장비 대수와 금액을 경북도와 경북도의회에 불성실한 자료 제출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장비 구매는 단 한번도 자료 제출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TP와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이 지난 2일부터 통합법인 경북TP로 공식 출범했다.
앞서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이 예산 520억 원을 들여 116대의 연구장비(2024년 8월 현재 기준)를 구축하고도 최근 3년간 활용률이 절반 수준에 그친 부실 경영권과 재산, 권리·의무를 R&D 장비 보고체제에 하자가 있는 경북TP에서 떠안은 것이다.(<더팩트> 8월 14일자 보도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R&D 장비 활용 유명무실…감사 등 조치 절실’ 참고)
이와 관련해 경북도의회 박성만 의장(영주)과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이형식 의원(예천)은 "지적한 소프트웨어 구매 실적에 대해선 의회 차원에서도 전혀 몰랐다"며 "차제에 경북TP와 경북하이브리드연구원뿐 아니라 도 산하 출연기관의 장비 현황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를 대폭 강화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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