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추석 앞두고 화마 덮친 마산어시장 청과시장...상인들 망연자실
”화재 확산 안 돼 그나마 다행”
“추석 대목이라고 물건을 평소보다 더 들여놨는데, 팔지도 못하고 버리게 생겼어요.”
4일 오전 찾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내 청과시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 활기가 넘쳐야 할 시장 한편이 상인들의 한숨으로 가득 찼다. 폭격이라도 맞은 듯 천장은 뚫린 채 건물 골조만 남아 있거나, 내다 놓은 물건이 새까만 잿더미가 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상인들은 혹시나 멀쩡한 물건이 있을까 그을음을 닦아보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상인들의 손과 얼굴은 마치 광부처럼 새까매졌다. 건어물 가게 업주 김모(60대)씨는 “대목 준비를 다 해놨는데, 손님에게 도저히 팔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과일상인 김모(70대)씨는 “미리 주문받아 상자에 담은 과일은 다 탔다”면서 “냉장고 안에 있는 과일은 멀쩡해 보이는데 냄새 때문에 팔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전날 밤 오후 10시 12분쯤 이곳 마산어시장 청과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불은 약 2시간 만에 꺼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8개 점포 중 15곳이 불에 탔다. 남은 13곳도 일부 소실되면서 사실상 청과시장 내 모든 점포가 피해를 입었다. 과일가게가 12곳으로 가장 많고, 정육점과 생선가게, 신발가게 불교용품점 등이 있다고 한다. 청과시장 전체 면적은 2249㎡로, 점포는 모두 1층 짜리다.
정확한 화재 피해 규모는 조사하고 있지만,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재산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태문 마산어시장 상인회장은 “대부분 상인이 추석을 앞두고 평상시보다 2~3배가량 물건을 더 들여놓았다”면서 “특히 화재 당일 과일이나, 제수용 생선을 들인 가게가 많았다고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화마를 피한 상인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마산어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한 상인(60대)은 “(불을 피해)다행이다 싶다가도, 십수년 얼굴 본 이웃 상인들이 하루아침에 저렇게 되니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화재 피해 현장을 지켜보다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물건을 사려고 가게 앞을 서성였다가 다시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는 “그나마 피해가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상인들도 많았다. 창원시에 따르면 마산어시장은 전체 면적 8만6648㎡에 점포 수만 약 870개에 달하는 경남 최대 전통시장이다. 불이 난 청과시장은 마산어시장 한편에 속해 있는데 화재가 밤에 발생한 만큼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했다. 다행히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시장 중앙 아케이드에 설치된 살수설비를 수동으로 작동시켜 화재가 시장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전날 밤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인근 오피스텔 주민인 최모(35)씨는 “오피스텔 밖에 대피하고 있었는데 시커먼 연기가 사방에 다 퍼져 불을 끌수록 냄새가 더 심해졌다”면서 “한때 불이 옆 건물에까지 번지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진화됐다”고 했다.
창원시는 현장에 합동상황실을 설치하고 상인들의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둔 만큼 피해 상인들은 임시라도 영업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시도 상인들이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또 시 재난지원금 지원도 가능한지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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