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성추행 혐의’ 의원 제명안 부결…시민단체 “주민소환 청구할 것”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대전시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이 의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의원 다수의 반대로 부결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하며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시의회는 4일 제28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의원 징계 안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됐다. 이날 본회의 표결은 앞서 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송활섭 의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의결함에 따라 이뤄졌다. 송 의원은 올해 초 대전지역 한 총선 후보 캠프에서 일하던 여성에게 여러차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고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표결 결과 송 의원 제명안은 다수 의원의 반대로 부결 처리됐다. 재적의원 22명 중 송 의원을 제외한 21명이 투표해 참여했지만 찬성은 7표에 그쳤고, 반대 13표·기권 1표가 나왔다. 의원 제명 안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특위 의결을 거쳐 제명안 표결을 본회의에 붙인 이중호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안설명을 하면서 지방의원은 더 높은 도덕 기준과 윤리 의식을 갖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그 전에도 의원들께 특위 결정을 존중해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위원장으로서 결과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어떻게든 징계가 있어야 했는데 유야무야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 말대로 윤리특위 결정이 본회의에서 뒤집히면서 절대 다수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대전시의회 의원들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 대전시의회는 현재 제적의원 22명 중 19명이 국민의힘 소속이고, 2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 소속이던 송의원은 지난 7월 피소 이후 당이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조원휘 의장은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의장으로서 개입하거나 중재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개개인 의원들 뜻을 존중해 회의 진행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의회 결정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대전시의회가 성추행 가해자와 공범이 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윤리특위 결정을 무시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시의원들은 자질이 없으며, 성범죄에 관대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며 공모자가 된 의회는 자정능력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추행 가해자인 송 의원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면서 “송 의원과 제명에 반대·기권한 14명에 대해 주민소환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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