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학교와 관공서엔 ‘임다미’가 부른 국가가 나온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공식 국가를 누가 불렀을까. 놀랍게도 한국 출신 가수 임다미가 그 주인공이다. 인천 부평에서 태어나 9살 때 가족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에 이민 간 그는 2013년 동양인 최초로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팩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00% 시청자 투표로만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값졌다. 그가 예선에서 부른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는 유튜브에서 30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임다미는 여세를 몰아 2016년 아바, 셀린 디옹 등을 배출한 세계 최대 음악경연대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오스트레일리아 대표로 참가해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곡은 유럽 38개국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그 뒤 발표한 ‘슈퍼 러브’, ‘글래디에이터’, ‘스마일’ 등을 연이어 성공시킨 임다미는, 2022년 오스트레일리아 국가를 공식 녹음하며 현지에서 ‘국민 가수’ 대열에 올라섰다. 임다미가 오는 7일 방송되는 한국방송2(KBS2) ‘불후의 명곡’ 녹화차 한국을 찾았다.
이번 ‘불후의 명곡’은 배우 이순재 편으로, 그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꾸며진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의 한 음악기획사에서 만난 임다미는 “섭외 요청을 받고 너무 기뻤다. 이순재 선생님의 드라마를 너무 좋아한다. 어떤 노래를 부를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방송을 지켜봐달라”며 웃었다. 방송가에선 벌써 “임다미가 무대를 찢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방송 녹화도 녹화지만,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고향 인천 부평에서 자서전 ‘더 히어로’ 출판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면서 모국에서의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저를 좋아하는 팬들이 모여서 팬미팅 같은 분위기로 공연을 했다. 다음에 또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가를 부른 소감이 궁금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관공서나 학교에선 그가 부른 국가를 사용 중이다. “그동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활동하면서 정부 주최 행사에 많이 참석해 국가를 불렀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국가를 부른 적도 있다”며 “이민자의 나라여서 나 같은 동양인이 국가를 부르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자녀들이 학교에서 노래를 듣고 ‘다미 이모 아니냐’고 물어본다는 얘길 들었을 때 뿌듯했다”고 했다.
셀린 디옹과 머라이어 캐리가 연상되는 폭발적 가창력을 지닌 그의 음악적 뿌리는 어릴 때 교회에서 배웠던 가스펠이다. 교회에서 피아노 연주와 기본적인 솔(soul) 음악의 감각을 익혔다. 대학에선 클래식을 전공했다. 그래서 그의 보컬은 백인과 흑인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셀린 디옹은 물론이고 에이미 와인하우스 같은 리듬앤블루스(R&B), 엘라 피츠제럴드 같은 재즈 보컬도 모두 좋아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으로도 유명하다. 오스트레일리아 방송에서 방탄소년단 히트곡 ‘버터’를 부른 적도 있다. 케이(K)팝의 세계적 열풍에 대해선 “프라이드가 생긴다”고 뿌듯해했다. “‘엑스팩터’ 우승 때만 해도 케이팝이 인기는 있었지만 주류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뉴진스 등의 위상이 이제는 달라졌어요. 심지어 제가 한국인인 게 현지 활동에서 득을 볼 정도로 케이팝 인기가 엄청나요.” 그는 최근 필릭스(스트레이키즈), 하니∙다니엘(뉴진스) 등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케이팝 가수가 많은 것에 대해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을 지원해주고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분위기가 한몫한 것 같다”고 짚었다. 비비의 ‘밤양갱’을 커버하기도 한 그는 “뉴진스 노래도 한번 불러보고 싶다”며 케이팝 사랑을 드러냈다.
앞으로 한국 활동에서 어떤 점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그는 “그동안 다른 나라 활동을 많이 했는데, 이젠 한국에서 음원도 내고 공연도 하면서 팬들을 자주 만나고 싶다”며 “선우정아처럼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이 뚜렷한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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