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강자' 키움증권, 올해 부동산 PF 비중 홀로 늘리는 이유
최근 목동 옛 KT부지 개발사업에 6100억 단독 투자
상반기 말 신용공여액 타 증권사 대비 크게 늘려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손실을 가져다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관련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그간 리테일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던 키움증권이 올해 부동산 PF 사업에서 홀로 존재감을 띠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움증권은 '목동 옛 KT부지 개발사업'에 6100억원의 브릿지론을 단독 투자했다. 브릿지론은 본 PF 이전 대출로 키움증권의 투자에 따라 개발사업이 착수되고 향후 본 PF로 전환되는 형태다.
목동 옛 KT부지 개발사업은 목동 KT전산센터를 철거하고 주거형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키움증권의 이번 투자로 내년부터 본 PF로 전환되며 최근 15년간 신축 공급이 없던 목동에 34평대의 주거형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만큼 분양 후 수익도 관측된다.
키움증권의 올해 부동산 투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1분기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개발사업(송도 자이 풍경채 그라노블) PF에 2500억원 규모로 참가했으며 , 2분기에는 포스코이앤씨의 서울 신길동 5단지 지역주택조합사업과 롯데건설의 부천 상동 홈플러스개발사업 PF 등에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자금 조달을 완료한 사업도 있다. 4월 수원 권선구 주택재개발단시 사업에 1500억원 규모의 PF 자금 대출을 완료했고, 앞서 3월에는 대우건설의 부산 범일동 주상복합개발사업에 20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올해 부동산 부문 투자 확대가 다소 의외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 수준이 아직 우려된다는 시각이 팽배했고, 키움증권 역시 그간 개인고객 거래인 리테일 부문에서 주된 수익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증권사의 부동산 PF 사업이 지난해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에 조달에 애를 먹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키움증권이 신용공여액을 늘리는 부담을 안으면서도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다른 증권사와 다소 상반된 분위기를 보인 셈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신용공여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키움증권의 신용공여금은 총 4조127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2195억원보다 24.6%가량 늘었다. 이중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이 같은 기간 6700억원에서 1조1700억원까지 증가하면서 신규 부동산 PF 투자 확대가 신용공여금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전체 증권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이 지난해 말 대비 16% 줄어든 17조1000억원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키움증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엄주성 대표이사 사장이 부동산 부문 비중 확대를 주문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엄 사장이 취임 전 키움증권에서 투자운용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자기자본투자(PI) 파트에서 노하우를 쌓은 만큼 내부적으로도 기업금융(IB) 부문 강화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올해 우량딜에 대해 선별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관련 수익이 상승했다"며 "셀다운을 통한 리스크 관리도 병행하며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굦거 현금을 쌓아두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키움증권이 올해 부동산 PF 사업 조달에 자주 이름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창고를 개방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며 "다른 증권사들이 올해 부동산 PF 관련 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만큼 키움증권이 부동산 PF 관련 딜을 따내는 게 수월한 측면도 있다.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병행한다면 올해 돋보이는 수익 다각화 전략도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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