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은 살리고, 신선함은 더하고…‘스핀오프’ 콘텐츠 봇물[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9. 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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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과 티빙의 협업으로 탄생한 tvN 월화극 ‘손해 보기 싫어서’의 포스터. 사진 tvN



‘스핀오프(spin-off)’는 우리말로 ‘파생작’ ‘번외작’ 등으로 번역되는 용어로 하나의 작품이나 프로그램에서 인기가 있었던 인물이나 설정을 갖고 다시 하나의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어 드라마의 스핀오프는 하나의 설정이나 인물이 독립돼 나와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상황을 말하고, 예능에서의 스핀오프는 하나의 코너나 꼭지가 프로그램으로 독립하는 상황이다.

이 ‘스핀오프’가 최근 방송가 큰 유행으로 떠올랐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설정을 새로운 이야기로 펼쳐내면서 세계관과 재미를 보존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주는 일이 늘어났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로 기획되는 ‘좋거나 나쁜 동재’ 티저 이미지. 사진 스튜디오드래곤



tvN에서 방송 중인 월화극 ‘손해 보기 싫어서’는 tvN과 티빙이 처음으로 협업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신민아, 김영대 주연으로 손해 보기 싫어하는 여자와 피해 주기 싫어하는 남자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은 ‘사장님의 식단표’라는 스핀오프 작품을 기획했다.

‘손해 보기 싫어서’와 함께 기획된 ‘사장님의 식단표’는 극 중 신민아가 연기한 손해영의 친구 남자연 역 한지현과 손해영 회사의 사장 복규현 역 이상이가 주연을 맡았다. 남자연이 ‘손해 보기 싫어서’에 연보라라는 필명으로 웹소설을 쓰는데 그 소설의 제목이 ‘사장님의 식단표’다.

한지현은 ‘사장님의 식단표’ 주인공 서연서 역을, 이상이는 강하준 역을 연기한다. 한 드라마에 한 인물이 쓴 소설의 내용을 다시 드라마로 만들고 그 소설의 작가 커플이 소설의 주인공 커플이 되는 구조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폭군’의 포스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니아층에 큰 인기를 얻었던 tvN 드라마 ‘비밀의 숲’도 스핀오프를 제작한다. ‘비밀의 숲’ 스핀오프인 ‘좋거나 나쁜 동재’는 티빙을 통해 다음 달 10일 공개된다. 드라마는 ‘비밀의 숲’에서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 속에 나름 생존을 위해 애쓰는 인물 서동재(이준혁)의 이야기를 다뤘다.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세계관을 유지한다. 서동재는 ‘비밀의 숲’ 첫 시즌에서는 영락없는 ‘빌런’ 캐릭터였지만, 시즌 2부터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아부와 정치를 일삼는 어쩌면 짠하고 솔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제작진은 ‘비밀의 숲’ 전체적인 무거운 분위기에서 활력을 주는 서동재의 캐릭터를 살려 스핀오프를 만들었다.

현재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 중인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2018년, 2022년작 영화 ‘마녀’ ‘마녀 2’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세계관과 설정을 공유한 스핀오프 드라마다.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포스터. 사진 MBC



이른바 ‘강화 인간’을 만드는 과정인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의 사람들이 샘플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인다. 이는 ‘마녀’ 시리즈에서 줄기차게 소개된 강화 인간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이며, 이후 영화 시리즈의 기반을 만드는 ‘프리퀄(전사·前史)’ 형태의 작품이다.

예능에서도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의 ‘태어난 김에 산다’는 캐릭터를 여행과 접목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역시 스핀오프 스타일의 작품이며, 다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최근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라는 스핀오프로 재탄생했다.

스핀오프는 요즘처럼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서는 검증된 콘텐츠의 설정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흥행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시즌제나 ‘외전’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이야기로 신선함을 추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손해 보기 싫어서’의 사례처럼 TV채널과 OTT 플랫폼, ‘폭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드라마와 영화 등 플랫폼을 넘어서는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도 있다. 걸출한 지식재산권, 즉 ‘슈퍼 IP’가 각광을 받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스핀오프’를 향한 도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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