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로 시작된 성탄절 비극… 70대 피의자 ‘법정 최고형’

박유빈 2024. 9. 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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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탄절이던 12월25일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를 낸 70대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최형준 판사는 4일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78)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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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탄절이던 12월25일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를 낸 70대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최형준 판사는 4일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78)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이는 중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법정 최고형으로 형법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023년 12월 26일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진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경찰과 소방 당국이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 판사는 “피고인이 여러 이웃과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를 확인한 이후에도 소방서에 신고하는 등 화재 확산 방지 조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현관문을 열어 연기가 위층으로 확산하며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었으나 피고인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피해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씨 측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완전히 껐으므로 담뱃불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최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아파트 3층에 거주한 김씨는 사건 당일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운 뒤 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불이 커졌다. 당시 화재로 생후 7개월 된 딸을 안고 뛰어내린 4층 거주자 박모(33)씨와 최초로 화재를 신고하고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킨 임모(38)씨 2명이 사망했고 27명이 다쳤으며 지난 6월 치료를 받던 주민 1명이 더 숨져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당일 ‘컴퓨터방’으로 부르는 작은 방에서 7시간 동안 바둑영상을 보며 담배를 계속 피우다 오전 4시 59분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꽁초에 남아 있던 불씨는 방에 있던 신문지·쓰레기봉투 등 주변 물건으로 옮겨붙었고 아파트 동 전체로 확산했다. 이 화재로 주민들이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김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또 불이 나 거실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자 김씨가 현관문과 방문을 열면서 공기가 유입돼 화재가 더 커졌는데 김씨는 아무런 조치 없이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점을 지적했다.

유족은 재판 이후 취재진과 만나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 것으로나마 위안을 삼기는 하지만 (김씨를) 용서할 수 없다.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 아들은 무슨 죄가 있나, 이 아픔을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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