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도입 단계적 의무화…'연 2%' 불과한 수익률도 개선
정부가 오늘(4일)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엔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함께 퇴직연금 개혁안도 담겼습니다.
이들 연금과 개인연금, 직역연금까지 '다층적 연금제도'를 공고히 해 노후를 더 두텁게 보장하겠다는 것입니다.
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사업장들의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중도 인출은 더 까다롭게 만드는 한편, 연 2% 수준의 낮은 수익률 개선에 나섭니다.
정부는 오늘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금'과 달리 사용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기관에 적립·운영해 근로자 퇴직 후 지급합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노사 합의 등에 따라 대부분 퇴직연금을 도입했으나, 중소 사업장들은 아직 도입률이 낮습니다.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도입률은 26.8%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률이 91.9%에 달하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3.7%에 불과합니다.
영세 중소기업을 위해선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을 운영 중인데, 가입 사업장이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아직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최근 임금체불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미가입 사업장은 체불에도 더욱 취약합니다.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티몬·위메프에선 최근 대규모 미정산 사태 속에 퇴직금 체불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퇴직금 체불 방지와 근로자 간 노후소득 격차 완화를 위해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되, 기업의 부담 등을 고려해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방침입니다.
구체적인 의무화 시점은 이번 발표에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2014년에도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 방침을 밝혔으나,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의무화 전까진 최대한 자율적인 가입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특히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가입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를 대상으로 부담금의 20%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을 늘리는 것만으로 퇴직연금의 노후 안전판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계좌 약 53만 개 가운데 연금 방식으로 수령한 계좌는 10.4%에 불과했습니다.
연금 수령 비율은 2021년 4.3%, 2022년 7.1%에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10명 중 9명은 일시금으로 수령한다는 얘기입니다.
아직은 퇴직연금액 자체가 작아 연금 수령이 크게 의미 없는 계좌가 많은 것도 일시금 수령 비율이 높은 요인입니다.
정부는 퇴직연금이 노후생활에 활용될 수 있도록 연금화 유인을 강화해 2035년엔 연금 수령 비중을 50%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중도 인출 요건도 강화합니다.
현재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임차, 6개월 이상 요양, 파산 등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중도 인출이 가능한데, 이를 더 까다롭게 해 불필요한 중도 인출을 막을 방침입니다.
중도 인출 대신 퇴직연금 담보 대출의 활성화를 모색합니다.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퇴직연금의 지난 10년간 연 수익률은 2.07%로, 예금 금리 수준입니다.
정부는 수익률 개선 등을 위해 근로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는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지난해 도입했으나, 아직 수익률 개선 효과는 미미합니다.
2분기 말 현재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 중 89%가 '초저위험' 등급의 원리금보장상품에 들어가 있는 탓입니다.
고위험 등급 상품의 1년 수익률은 16.55%인데 반해 초저위험 상품은 3.47%에 그쳤습니다.
정부는 가입자의 합리적 투자를 지원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게 디폴트옵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 일임' 시범사업도 실시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이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개인의 투자성향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구성·운용하는 자산 관리 서비스입니다.
아울러 금융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근로자가 기존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한 금융상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금융사 계좌로 갈아탈 수 있도록 현물 이전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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