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경리가 말하는 '청춘'…"모진 세월 가고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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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몰래 시를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한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 굵직한 작품을 남긴 박경리(1926~2008)는 소설가로 매우 익숙하지만, 생전 200편에 가까운 시를 남겼을 만큼 시에도 애정을 갖고 있었다.
박경리는 1955년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했으나, 세상에 발표한 첫 작품은 시 '바다와 하늘'(195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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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몰래 시를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한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 굵직한 작품을 남긴 박경리(1926~2008)는 소설가로 매우 익숙하지만, 생전 200편에 가까운 시를 남겼을 만큼 시에도 애정을 갖고 있었다. 박경리는 1955년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했으나, 세상에 발표한 첫 작품은 시 '바다와 하늘'(1954년)이다.
이번 시집에는 박경리가 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써 내려간 시 39편과 함께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발표작 5편 등 총 44편의 시가 실렸다.
이번 시집의 제목을 따온 구절이 있는 시 '옛날의 그 집'은 노년의 외로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생의 끝자락에 이르니 '홀가분하다'고 고백한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시집의 포문을 여는 작품인 '산다는 것'에서도 비슷한 심상을 엿볼 수 있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이 시집은 '박경리'라는 거장의 이름을 둘러싼 휘장을 걷어내고 '사람 박금이(박경리 본명)'의 소박한 내면에 깊숙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글/ 다산책방/ 1만 3000원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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