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사과 안해”…담배꽁초 대충 꺼 ‘성탄절 비극’ 야기한 70대의 최후

법원, 금고 5년 선고…법정최고형 해당
“피고인 중과실로 수많은 피해자 발생…책임 회피하기도”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성탄절 새벽에 발생한 화재로 주민 2명이 숨진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2023년 12월26일 경찰과 소방 당국이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성탄절 담배꽁초에 의한 실화로 다수의 사상자를 낸 70대 남성이 금고 5년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8단독(최형준 판사)은 중실화, 중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은 김아무개(78)씨의 선고공판에서 금고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중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법정 최고형에 해당한다.

김씨는 성탄절이던 작년 12월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23층 높이 아파트에서 덜 끈 담배꽁초에 의한 화재를 일으켜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3층 거주자인 김씨는 일명 '컴퓨터방'으로 불리던 방에서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보며 흡연하다 사건 당일 오전 4시59분쯤 담배꽁초의 불을 완전히 끄지 않은 채 방을 나갔다. 꽁초에 남아 있던 불씨가 방에 있던 신문지와 쓰레기봉투 등에 옮겨 붙으면서 불은 아파트 전체로 번졌다.

김씨가 일으킨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29명에 달했다. 특히 화재를 피하려 생후 7월차인 딸을 안고 뛰어내린 해당 아파트 4층 거주자 박아무개(33)씨와 화재를 최초로 신고한 후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킨 임아무개(38) 등 남성 사망자 2명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6월 중상을 입고 치료받던 주민 1명까지 숨져 사망자는 3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기소된 김씨 측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 당일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완전히 껐으므로, 담뱃불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인(김씨)이 담배꽁초의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아 발생한 화재"라면서 "(불길이 인) 이후에도 연기가 확산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인의 중대한 과실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한 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 남은 삶에 있어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게 됐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피해 회복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으며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날 선고공판을 지켜본 희생자 임씨의 유족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기는 하지만 (김씨를) 용서할 수 없다.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아들은 무슨 죄가 있나. 이 아픔을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족들은 "김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사건 직후부터 제기했던 '방화설'도 재차 언급했다. 앞서 유족들은 당시 김씨의 집이 가족의 고액 담보 대출로 경매에 넘겨져 소유권이 이전됐고, 무단 거주자 신분이던 김씨가 퇴거 압박을 받자 고의로 불을 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