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대도 군부대도 해체…“나라 지킬 사람 없어요” [인구소멸]③
통계는 건조한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숫자가 만들 미래는 상상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0.72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을까.
KBS는 국내 언론 최초로 전국 229개 시군구 인구 변화를 100년에 걸쳐 예측했다. 인구 절벽 시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인구가 만들 미래, 0.72명 이후의 대한민국을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인구소멸①] 올림픽 메달 '명맥 끊기나?'…학령 인구 급감
[인구소멸②] 폐과에서 폐교로…'벚꽃 엔딩' 현실로
[인구소멸③] 신교대도 군부대도 해체…"나라 지킬 사람 없어요."
[인구소멸④] 인구 마지노선 '2만 명'…"50년 안에 78곳 붕괴"
[인구소멸⑤]1,…
■ 70년 전통 이기자부대 해체…주변 상권 '직격탄'
"2색 7각 빛나는 우리의 사단~" (이기자부대 사단가 중에서)
강원도 화천군에 자리해 70년 동안 중부 전선을 지켜온 육군 27보병사단, 이기자부대는 2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혹독한 훈련, 막강 전투력으로 이른바 '메이커부대'로 이름을 떨쳤던 이기자부대가 국방개혁 부대 통폐합 계획에 따라 2022년 11월 해체된 것이다.
2년 사이 장병들이 체력을 단련하던 연병장과 막사에는 풀이 무성히 자라났고, 부대 건물들은 폐건물이 됐다.
부대 통폐합의 주요 원인에는 병역자원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임상석 / 이기자부대 전 사단 주임원사(34년 군복무)
"정말 이 전투력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그 피땀을 흘려 갖고 일구는 이런 전투력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죠."
이기자부대 해체와 함께 장병 4천여 명이 떠나면서 주변 상권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빈 점포가 늘고 숙박업소와 PC방, 음식점 등에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부대 해체를 반대하던 화천군의회, 시민단체 등 지역 사회 목소리도 이어졌지만 이를 거스를 수 없었다.
30년 넘게 자식과도 같은 장병들을 고객 삼아 꾸려가던 한 군인 용품 전문매장의 매출은 2년 사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허영미 / 군인 용품 전문매장 '미공사' 대표
"이걸 좀 그만둬야 되나? 그런 마음까지 이게 뭐 저희뿐만 아니라 여기 상가 지역 아마 거의 다 그렇게 이제 저희랑 똑같은 그런 힘든 그런 시간들을 아마 보내실 것 같아요."
화천군에 있는 15사단 승리부대의 신병교육대도 육군의 계획에 따라 앞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지역사회 버팀목이던 군부대와 함께했던 주민들은 그저 아쉬울 뿐이다.
신병교육대 입영 장병과 가족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차와 음식을 준비했던 것도 주민들이었다.
국군 장병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여성예비군으로 활동한 박선미 씨도 봉사 활동할 곳을 잃게 된다는 상실감이 크다.
박선미 / 화천군 사내면 여성예비군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기도 하는 그런 역할을 조금이나마 담당했는데…. 축소되니까 아무래도 섭섭하죠. 사명을 갖고 했거든요."
■ 20살 남성 병역자원 감소…2053년 10만 명 붕괴 예측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지금의 모습은 단순히 지역사회 상권의 위기만이 아니다.
이미 '방위 충분성'(작전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병역자원인 20살 남성 인구는 2020년 33만 3천여 명이었지만, 내년에는 22만 6천 명으로 줄어든다.
지금 7살 남자 아이가 자라나 20살이 되는 2037년에는 20만 명이 무너진다.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는 정해진 숫자인 셈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 이를 토대로 살펴본 미래는 더 심각하다.
KBS와 국토연구원의 미래 인구 추계로 보면, 20살 남성 인구 수는 2053년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2070년에는 5만 명 선마저 붕괴된다.
■ 이미 무너진 50만 국군…2040년 35만 명 예측
지난해 말 발표된 국방 중기계획에서 우리 국군의 상비병력은 50만 명으로 설정돼 있다.
18개월 의무 복무를 하는 병사와 남·여 간부 등으로 구성되는데 병역자원 가운데서도 현역판정 입영률이 90% 미만으로 하락하고, 남군 간부 지원율마저 주춤하면서 2년 전 이미 그 선이 무너졌다.
지금 체계에서는 상비병력이 50만 명에서 2~3만 명이 부족한 상황이 앞으로 10년 정도 이어지다, 2040년을 기점으로 35만 명에서 36만 5천 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상비병력 50만 명에서 15만 명이나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병력 15만 명의 차이에서 오는 전투력 공백은 민간인력 전환, 첨단화, 부대구조 재편, 직업군인 확대, 현역판정비율 제고 등으로 메워질 수 있을까.
'방위 충분성'을 갖추기 위한 적정 병력 규모는 얼마여야 할지, 불가피하게 줄어든 병력을 대체할 수 있는 전투력 유지 방안은 무엇인지 해결책을 찾는 것은 지금의 과제다.
윤대엽 /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첨단 기술이 병력을 대체하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라고 하는 점에서, 국방개혁과 관련된 과제들도 아직 완결된 과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아이들이 자라나 짊어지게 될 병역 의무 대상자의 감소와 닿아있다.
저출생 문제는 이미 우리 스스로 초래하게 될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KBS는 국토연구원과 함께 심각한 인구 소멸 실태를 알리기 위해, 전국 229개 시군구의 100년 인구 변화를 담은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개설해 9월 5일부터 공개합니다.
☞본 기획물은 경상남도 지역방송 발전지원 사업의 제작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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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혁 기자 (wh_son@kbs.co.kr)
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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