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일수록 빨리 오른다…연금 불안감 큰 젊은 층 달래기

유영규 기자 2024. 9. 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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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개한 연금개혁안에는 알려진 대로 '나이가 많을수록 빨리 오르는'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 제도가 담겼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부양 부담과 국민연금 급여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세대 간 형평성과 제도 공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차등인상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데다가, 50∼60대의 경우 정규 일자리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하면서 부모·자녀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라며 이들 세대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오늘(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 측 연금개혁 추진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안에서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올리는 모수개혁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청년 세대는 가장 오래 많이 내고, 가장 늦게 받는다'는 지적에 따라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연령별로 올리는 속도에 차등을 뒀습니다.

내년을 기준으로 50대(세대별 대표 연령 기준)는 매년 1.0%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씩 보험료를 올리는 식입니다.

젊은 층일수록 납입 기간이 길게 남아 있고 보험료 부담은 높다는 점을 감안한 것입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렸을 때(40년 납입 가정) 50대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9.6%지만 20대는 12.9%입니다.

그러나 세대별 생애 평균 명목소득대체율을 살펴보면 50세는 50.6%인 반면 20세는 42.0%에 그쳐, 청년 세대는 생애에 걸쳐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반대로 급여는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의 공정성을 개선하고 제도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부담과 불신을 줄여 주는 조치라는 긍정적 평이 나왔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이 50%를 넘는 50대들은 대부분 평생 9%의 보험료를 내고 몇 년 후 연금 받을 일만 남은 반면, 2030세대는 소득대체율 40%대의 급여를 받으며 최소 13%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청년 부담과 불신 해소를 위해 기성세대가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조치"라고 환영했습니다.

'세대 간 갈라치기'라는 일각의 지적에는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가 1천800조 원을 넘는데, 미래 세대가 세금이든 뭐든 다 부담해야 한다. 그렇게 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해 놓은 세대가 무슨 할 말이 있나"라며 "(차등 인상은) 오히려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도 "국민연금 제도 내부의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제도인데, 갈라치기라고 지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높은 소득대체율과 9% 보험료율의 혜택을 본 중장년층에 좀 더 일찍 인상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연금 안에서의 공정성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이 같은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라며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중장년층의 부담과 반발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다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이런 식으로 부담을 차등화하는 것은 해외 연금개혁 사례에서 찾아보지 못했다"며 "급여의 변화라든지 결과적으로 세대 간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정량적인 수치들이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의 50대들은 여전히 부모와 자식을 부양하지만 반대로 자식에 부양은 기대할 수 없는 '샌드위치 세대'인 데다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다가도 밀려나기 시작하는 세대"라며 "여전히 임금의 일부를 가족 부양에 쓰기 때문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같은 50대라 하더라도 노동시장 지위나 경제적인 상태가 저마다 굉장히 다른데,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세대별) 코호트만으로 구분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보험료 차등 인상과 함께 '중장년층 취약계층을 위한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이다미 센터장은 "연금 제도는 소득 수준에 따른 재분배 기능도 갖추고 있는데, 그런 본연의 기능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런 방식으로 인상하려면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저소득층 중년층 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못했지만 50대 저소득 지역가입자 등에 지원하는 보험료 지원 사업을 조금 더 확대할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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