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복수 국적자, 국내 5년 거주해야 기초연금 받는다

조백건 기자 2024. 9.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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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직원이 기초연금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정부는 4일 연금 개편안을 발표를 통해 장기 해외 생활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노인(65세 이상) 복수국적자의 기초연금 지급 개선안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이고 하위 소득 70% 이하이면 복수국적자에게도 똑같이 지급하던 기초연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겠다”며 “이들의 해외 소득·재산 신고를 의무화하고, 국내 거주 5년 이상이 된 노인 복수국적자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2011년부터 65세 이상의 외국 국적 동포에겐 ‘외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해 국내 거주를 허용하는 복수 국적제를 시행해 왔다. 그런데 이들은 해외에 장기 거주해 국내 세수(稅收) 등에 기여한 것이 거의 없는데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수 국적자에게 지급한 기초연금액은 작년 212억원이었다. 9년 전인 2014년(22억8000만원)에 비해 9배로 급증했다. 기초연금을 받는 복수 국적 노인 수도 2014년 1047명에서 작년 5699명으로 5배로 늘었다.

복수 국적자에게 주는 기초연금액은 전체 지급액의 0.1% 수준(작년 기준)이다. 액수로만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세금을 통해 노후 소득을 보전해주는 기초연금 제도의 성격을 감안할 때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복수 국적자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여도 기초연금을 받기가 더 쉽다는 평가다. 복수 국적자의 현지 부동산, 연금 등 해외 재산을 우리나라 정부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산 등을 소득으로 변환해 기초연금 지급의 잣대로 삼는 ‘소득 인정액’이 낮게 나와 기초연금을 받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 국민 중 복수 국적자의 소득 인정액은 대다수 단일 국적자의 절반 수준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복수 국적자의 일인당 평균 소득 인정액은 34만원으로 단일 국적자(58만원)의 58%에 그쳤다. 2014년 64%에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에 살 때 매달 수백 달러의 개인연금을 받은 사람이 국내에 들어와 소득 인정액이 ‘0원’으로 분류돼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향후 귀국하는 노인 복수국적자에 대해선 해외 현지의 소득과 재산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A(79)씨 부부는 1986년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의 아내(69)는 34년 만인 2020년 9월 한국에 돌아왔고 복수 국적 제도를 통해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이어 이듬해 1월부터 기초연금을 받았다. 남편 A씨도 2021년 5월 한국에 들어와 3개월 후부터 기초연금을 받았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한다. A씨 부부는 매달 기초연금 총 53만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30년 넘게 국내에서 세금 등을 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국내 거주 기간 등 기초연금 지급 조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자주 지적해왔다. 스웨덴은 형편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최저 보증 연금’을 자국에 3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만 지급한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이번에 ‘5년 이상 국내 거주’로 지급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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