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엑스 이어 스타링크 제재...머스크와 전쟁하는 이유는
브라질에서 글로벌 소셜미디어 X(엑스, 전 트위터)가 하룻밤 새 접속이 차단됐다. 엑스는 브라질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앱이다. 엑스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곧바로 분노를 표출했으나, 브라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머스크 CEO가 이끄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업체 스타링크에 대한 제재까지 고려하면서 브라질과 머스크 CEO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브라질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아나텔(Anatel)의 아르투르 코임브라 위원은 전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의 모든 통신 관련 업체들을 조사해 엑스 서비스를 종료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재 브라질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고 통보한 회사는 스타링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링크가 대법원의 명령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운영 면허 취소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과 머스크 CEO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법원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시절 가짜 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 관련 계정을 차단할 것을 엑스에 요구했다. 브라질은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디지털 민병대 계정이 유포하는 메시지가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브라질 대법원의 요구가 ‘검열에 해당한다’며 불복하고, 지난 17일에는 현지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당시 대법원은 차단 명령에 수개월째 응하지 않은 채, 브라질 법률 대리인까지 선임하지 않는 엑스측에 대해 벌금을 부과했으나, 머스크CEO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이마저도 준수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엑스가 내지 않은 벌금은 1835만 헤알(약 43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 CEO의 이같은 반응에 브라질 대법원은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엑스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엑스 차단 및 가상 사설망(VPN)을 통한 개인·기업의 엑스 우회 접속 적발 시 5만 헤알(약 1200만원) 벌금 부과 등을 아나텔에 명령했다.
브라질 당국의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엑스와 마찬가지로 머스크 CEO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계좌 동결도 명한 것이다. 지모라이스 대법관 결정에 찬성한 플라비우 지누 대법관은 “표현의 자유는 책임의 의무와 연결되는 기본 권리”라며 “경제력과 은행 계좌 규모가 터무니없는 관할권 면책 사유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당국이 브라질에서의 스타링크 운영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던 가운데 머스크 CEO는 이날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스타링크는 자사의 엑스 계정을 통해 “당사는 브라질에서 엑스에 대한 접근 차단 명령을 따르고 있다”며 “브라질에 계신 고객께서 대법관 결정으로 이 글을 읽지 못할 수는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브라질 국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야기했다. 2000만명이 넘는 브라질 엑스 사용자들이 하룻밤 새 접속이 막히면서 언론의 자유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은 오는 7일 독립기념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고, 이 중 일부는 대법원의 엑스 차단 조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머스크 CEO는 엑스에 대한 브라질 집회에 대한 초대장을 전 세계 1억9600만명의 엑스 이용자와 공유한 뒤 브라질 국민들이 “자유를 위해 행진하고, 사법부의 과잉 조치에 항의하고, 언론 자유를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 대법원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엑스 사태가 “머스크가 부자이기 때문에 그의 극우적 자유방임을 참아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세계에 가르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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