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늘리려 돈 퍼주던 中 은행권, 부실률 상승에 ‘아뿔싸’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9. 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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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4일 중국 상장 시중은행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개인소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등 개인신용대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은행의 개인신용대출 부실률은 작년 말 0.76%에서 올해 6월 말 0.88%로 올랐고, 농업은행도 같은 기간 0.13%포인트 상승했다.

당분간 중국 은행권의 개인신용대출 부실률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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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은행, 소비진작 위해 금리 마케팅
개인신용대출 잔액 두 자릿수 성장
부실률은 심화… “상환능력 시험대”
당분간 부실 지속, 지표 반영 본격화

중국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개인 상환 능력을 간과하고 공격적으로 돈을 푼 결과다. 저금리 탓에 개인신용대출 수익성도 뚝뚝 떨어지자 은행들은 부랴부랴 개인신용대출 총량을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개인신용대출 부실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중국 상장 시중은행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개인소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등 개인신용대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주요 국유은행을 살펴보면, 농업은행의 6월 말 기준 개인소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각각 26.5%, 28.4%씩 증가했다. 교통은행(26.9%)과 공상은행(17.4%) 역시 같은 기간 개인소비대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민간은행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매금융 강자로 꼽히는 초상은행의 개인소비대출 잔액은 반년 만에 25.3% 증가했다.

중국 6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EPA 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중국 은행권은 개인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소비 진작과 포용대출(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돈을 풀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맞추기 위함이다. 베이징상보는 “많은 은행이 쿠폰 발행, 단체 거래 등을 통해 금리 할인율을 높였고, 고객이 특정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신용 한도도 늘려줬다”라고 했다. 실제 국유은행인 중국은행의 6월 말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94%로, 전년 동기(4.62%)보다 0.68%포인트 하락했다. 공상은행(0.62%포인트)과 건설은행(0.59%포인트) 등 다른 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낮췄다.

단기간 내 대출을 빠르게 늘리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체 등 부실률이 오른 것이다. 중국은행의 개인신용대출 부실률은 작년 말 0.76%에서 올해 6월 말 0.88%로 올랐고, 농업은행도 같은 기간 0.13%포인트 상승했다. 교통은행과 우정저축은행의 개인 부실채권 비율 역시 각각 0.2%포인트, 0.29%포인트씩 늘었다. 핑안은행은 부실률이 반년 새 0.05%포인트 증가했다. 저상은행의 판화펑 부행장 겸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는 “경제 환경과 주택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일부 중소기업과 소매 고객의 상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라며 “자산 건전성이 직면한 위험 압력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개인신용대출 수익도 급감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익을 일부 포기하고 금리 인하 경쟁을 벌인 데다, 부실률이 증가하면서 관리 비용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설은행의 상반기 평균 개인신용대출 수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9%포인트 떨어졌다. 닝보은행과 상하이은행 역시 수익률이 0.60%포인트, 0.44%포인트 하락했다. 중신은행은 개인신용대출 이자 수입이 13억위안(약 2500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공격적 마케팅을 접고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온라인대출 구조와 총액을 조정해 6월 말 기준 개인소비대출 잔액을 전년 말보다 7.0% 줄인 칭다오은행이 대표적이다. 랴오허카이 진러한수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은 새로운 성장 포인트를 찾고 안정적인 운영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다양한 고객 그룹과 대출 유형에 대해 보다 정교한 위험 책정 모델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중국 은행권의 개인신용대출 부실률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쥔 광파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소매 위험 노출 압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실률이 높아졌다”라며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돼 점차 부실률과 충당금 등 기타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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