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땅꺼짐, 강우·공사 등 복합요인탓"...지하매설물 전수조사한다

오상헌 기자, 김지현 기자 2024. 9. 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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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시설물·주변공사장·장마철 강우 등 복합요인 결합"
성산로 지하매설물 전수조사, 주변 빗물펌프장 공사장 특별점검
30년이상 노후 상하수관로 정비, 굴착공사장 GPR탐사 대폭강화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차도에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승용차에 탑승 중이던 70대 여성과 80대 남성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2024.8.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땅꺼짐) 사고는 지하 매설물과 도로 주변 공사, 장마철 강우 등 복합 요인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시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성산로 지하 매설물을 전수 조사하고 주변 공사장도 특별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반 침하의 주원인인 30년 이상 노후 상하수관로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4일 토질 지반 전문가 현장조사와 3차례의 합동점검회의 결과, 성산로 땅거짐 사태가 지형적 특성, 기상 영향, 지하매설물, 주변 공사장 영향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성국 서울시 도로기획관은 "성산로는 지하수의 흐름이 강한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매립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반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며 "7, 8월의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지하수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지하 토사의 유실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시는 아울러 상·하수도, 가스, 통신 등 지하매설물과 주변 '사천 빗물펌프장' 공사에 따른 지하수 유출이 도로 침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으로 지하에 공동이 발생했고, 도로 하부의 토사가 일시에 유실돼 포장면이 파괴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는 보다 명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공사 구역 내 진동계와 지하수위계를 설치하고, 지반 시추를 통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도 성산로 지반침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잇단 도로 침하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반침하 사전 예방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성산로(연희IC~사천교) 지하 매설물에 대한 전수 조사를 9월 안에 완료한다. 하수관로와 하수암거(연장 3㎞), 상수도관(연장 2㎞), 도시가스·통신관 등이 대상이다. 인근 '사천 빗물펌프장' 공사장에 대한 특별점검도 추진한다. 공사장 인근 성산로 일대의 GPR 탐사를 월1회 실시하고, 현장 공사 관계자가 주2회 공사장 일대를 육안으로 점검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사장 주변에 진동계, 지하수위계를 추가로 설치하고 지반 시추조사를 통해 지반안전 관리를 강화한다.

지반침하의 주요 원인이 되는 '노후 상하수관로'에 대한 개선 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1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222건 중 상·하수관로에 의한 사고는 64%를 차지한다. 서울시의 상·하수관로 중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6019㎞(55.6%), 상수관로는 4811㎞(36.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시는 전체 상수관로 1만3350㎞ 중 2040년까지 30년 이상 된 상수관로 3074㎞를 정비한다. 올해는 상수도관 62.5㎞를 정비하고, 내년에는 64.6㎞를 정비한다. 30년이 넘은 모든 하수관로도 폐쇄회로(CC)TV가 장착된 내시경 카메라를 활용해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30년이 도래하는 하수관로도 순차 정비한다. 올해에는 441㎞의 하수관로가 사용 30년에 도래한다.

굴착 공사장(굴착깊이 10m이상 또는 터널공사) 주변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지금은 굴착 공사장에 대해 최초 1회 GPR 탐사 후 필요 시 추가로 탐사를 실시한다. 앞으로는 준공된 지 1년 이내의 공사장까지 대상을 확대해 월1회 GPR 탐사를 시행한다. 서울 시내 200여 개의 공사장이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시는 GPR 장비 성능 검증 기준을 강화하고, GPR 탐사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지반침하 예방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시는 지반침하 예방을 위해 도로 1만956㎞ 구간에 대해 GPR 탐사를 실시한다. GPR 탐사 장비 7대를(민간 4대, 시 3대) 운영해 연간 약 7200㎞의 도로를 탐사한다.

현재 지하 2m까지 80~90% 이상의 정확도로 지하 공동을 찾아낼 수 있는 GPR 장비의 정확도를 높이고,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해 GPR 장비로는 찾기 어려운(지하 2m 이상) 지반침하 이상 징후를 찾아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7명의 GPR 탐지 전문인력에 더해 이달 전문인력 1명을 충원하고 GPR 탐사 차량도 2대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지반침하 우려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수치화하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도 올해 말까지 개발을 앞당기기로 했다. 지반의 변동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반침하 관측망' 설치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 중이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는 기존에 추진해오던 지반침하 예방 대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하여 마련한 이번 개선안을 빈틈없이 추진해 시민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도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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