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K-입법영향분석 제도화해 퍼뜨릴 것… 직원 자긍심 고취 방안도 고민"

윤선영 2024. 9. 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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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법 만들기 위해 영향분석 필요
국회 촘촘한 지원 환경 조성에 집중
법안 발의 했지만 국회 통과는 아직
국감 이슈 분석 발간 토론회로 홍보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입법조사처 사무실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선영 기자]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

"법은 현실에 맞게끔 과학화돼야 한다. 그 일환으로 K-팝, K-드라마, K-푸드처럼 K-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해 세계 각국에 전파하고 싶다."

박상철(사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4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더 나아가 이를 세계화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처장은 "현재 정부 입법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까지 살피는 심의 제도가 있지만 의원 입법은 그런 게 없다"며 "발의 자체만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입법도 있지만 보다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해 90%가 넘는 의원 입법에도 영향분석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법학 석·박사를 취득한 헌법학자다. 1998년부터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4월 입법조사처장으로 취임했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국회혁신자문위원회 위원도 역임하는 등 때로는 학계에서, 때로는 현장에서 오랜 기간 '정치 법학'을 지켜보고 연구해 왔다.

박 처장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법을 바꾸면 세상을 개혁할 수 있다'는 꿈을 가졌다. 그러나 막상 대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니 정치와 법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한 포부로 이어졌고 '고시 공부만 해서 될 일인가'라는 학문적인 고민과 함께 합쳐져 교수, 헌법학자, 입법조사처장이라는 길을 걷게 됐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예산을 통과시키는 곳이기에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국회를 뒷받침하는 게 입법조사처의 역할인 만큼 박 처장은 지난 1년여간 어떻게 해야 촘촘한 지원에 나설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에 맞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도 그 일환 중 하나다.

박 처장은 "우리나라는 정치 핵심 중의 하나인 입법부 작동 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상당히 선진화돼 있고 제도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약간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최선을 다하면 보람이 가장 큰 곳이지만 역으로 봤을 때는 너무 허술하거나 중립적이지 못할 경우 느슨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입법영향분석은 일종의 입법 컨설팅으로 의원은 물론 국민 입장에서도 더 좋은 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보강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꼭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 분석이 없는 입법은 굉장히 불안하고 졸속 과잉 입법을 둘러싼 비판도 많이 나오지 않나"라며 "일각에선 절차가 더 생겨 법안을 만드는 과정이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그런데 취지를 알고 보면 꼭 필요하고 시범 운영을 해본 결과 실제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입법조사처가 만든 입법영향분석의 제도화는 현재 법안 발의가 이뤄진 상태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으나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일 만큼 체계적이고 정교하다. 박 처장은 "올해 2월 미국에 갔는데 유엔개발계획(UNDP) 170개 회원국이 우리가 만든 입법영향분석 제도화를 전파하기로 하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잘 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독재국가든 모든 국가에는 법이 있고 이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입법영향분석 시스템을 인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국정감사 이슈 분석 발간 토론회 개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열고 있는 이 토론회는 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이슈 분석' 발간 소식을 알리고 이를 유용한 정책자료로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게 골자다. 박 처장은 "입법조사처는 2009년부터 매년 부처별·분야별로 주요 국정감사 현안을 분석·정리하고 전년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들이 행정부에 의해 시정됐는지를 확인·점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와서 보니 작업에 비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국정감사의 본래 목적이 삼권 분립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행정부 견제와 통제, 국민의 알권리 충족도 있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입법조사처의 인원은 전문 분야별로 나눴을 때 1~2명밖에 나뉘지 않아 숫자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지만 전문성 등 능력은 뛰어나다"며 "국정감사 이슈 분석이 각 분야의 중요한 현안을 공유하고 전문성을 토대로 국민 통합과 같은 국가 발전의 열쇠,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집필하는 직원들에게도 특별한 업무를 하고 있는 거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박 처장은 "입법조사처 직원들은 업무 강도도 높지만 각종 현안을 조사해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권한에 제약이 많다"며 "제일 좋은 건 직원 수를 늘리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기에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를 극대화할지, 직원들이 얼마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할지가 제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입법조사처를 이끄는 수장이 된 이후 이전과 달리 자신을 살피는 시간보다 일에 치중하고 있다면서도 "그게 억울하지나 불편하지는 않다"고 웃어 보였다. 박 처장은 "가화만사성(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저는 여기에 직장을 넣어 직화만사성이라고 얘기한다"며 "입법조사처의 업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모두가 알아야 하는 현실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좋은 인재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과 함께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대한민국은 부당한 일이 생기면 국민들이 일어나는 살아 있는 나라인데 이에 걸맞게 제도까지 뒤따라주면 얼마나 좋겠나"라면서 "국회가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도록 입법조사처가 진원지, 발원지로서 역할에 충실하게끔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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