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트럼프 “국립묘지 직원과 충돌, 해리스·바이든이 지어낸 것”

이본영 기자 2024. 9. 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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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발생한 마찰로 곤란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어낸 얘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힌 이들은 "조국의 이름으로 궁극적 희생"을 한 사람들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은 지하에 누워 정치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을 선거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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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충돌 없었다” “조작” 주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발생한 마찰로 곤란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어낸 얘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충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수행원들이 국립묘지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그를 밀어냈다는 보도 내용은 “카멀라 동지와 그의 허위정보팀이 지어낸 얘기”라며 “카멀라는 자신과 졸린 조(조 바이든 대통령)가 무능한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손에 피를 묻힌 것을 만회하려고 얘기를 지어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 중 카불 공항 부근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공격으로 13명이 사망한 사건의 3주기인 지난달 26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다. 헌화 뒤 일행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전사자 묘역으로 향할 때 묘지 직원이 그곳에서는 정치나 선거 관련 행위를 금지한다는 법률 조항을 근거로 카메라 반입을 제지하려 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수행원 2명이 고성을 지르며 이 직원을 밀어냈다.

미국 육군은 국립묘지 직원의 정당한 행위에 물리력을 쓴 것은 유감이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성역과도 같은 곳에서 규정을 어기며 선거운동을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사자 가족이 “우리가 동행을 요청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궁지를 벗어나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무능’과 ‘유약함’을 강조한다며 한 일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3일에는 2008년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아들이자 현역 육군 중위인 지미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규정) 위반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힌 이들은 “조국의 이름으로 궁극적 희생”을 한 사람들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은 지하에 누워 정치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을 선거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8년 별세한 매케인 전 의원은 베트남전쟁 때 자신이 몰던 비행기가 격추당한 뒤 5년 반 동안의 혹독한 포로 생활을 견뎌내 전쟁 영웅으로 불린다. 그의 막내 아들인 지미는 이미 몇년 전 공화당 지지자에서 무당파로 유권자 등록을 변경했다가 최근 민주당 지지자로 등록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통 공화당원’으로 불리는 매케인 전 의원에 대해 포로였기 때문에 영웅이 아니라 “루저”(패배자)라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은 이날부터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네바다에서 1150만달러(약 154억원)를 들여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자는 내용의 텔레비전과 옥외광고판 광고를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일부 공화당원들은 이번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그를 낙선시키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상대 당 후보에게 표를 주자는 광고까지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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