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슬럼프 탈출한 ‘한강뷰 아파트’의 의미[인터뷰②]

김원희 기자 2024. 9. 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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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하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자신의 음악 인생을 솔직하게 돌아봤다.

윤하는 지난 1일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GROWTH THEORY)’를 발매했다. 지난 2021년 발매한 정규 6집 ‘엔드 띠어리(END THEORY)’의 후속작이자 그 이후 3년여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으로 시선을 모았다. 무엇보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당일 발표한 앨범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를 알리 그는 2006년 한국 데뷔 후 국내외에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로 단단한 존재감을 이어왔다. 지난 2022년에는 ‘사건의 지평선’으로 국내 음원 차트 ‘역주행’을 일으키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10대부터 걸어온 음악 외길 인생. 그런 윤하에게 원동력을 묻자 “부채감”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2일 서울 중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음악을 정말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윤하가 슬럼프에 빠졌던 건 2012년에 정규 4집 ‘슈퍼소닉’을 낸 이후다. 윤하는 “‘슈퍼소닉’이 평단의 극찬을 받았는데, 그것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설립했던 레이블이 와해 됐다. 그로 인해 팬들을 잃고 혼자가 됐다. 그렇게까지 혼자였던 적은 처음이었다”며 “다시 같이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사실 나는 누군가 원하는 걸 구현만 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슬럼프가 왔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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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정규 앨범도 5년 5개월간 내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당시에 샀던 한강뷰 아파트”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모두 웃음이 터졌으나, 이내 ‘한강뷰 아파트’가 지닌 윤하의 깊은 뜻이 전해졌다.

그는 “대출을 엄청 많이 받아서 산 아파트였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 집에 앉아있으면 ‘문고리 하나도 팬들이 만들어준 건데’ 생각이 들었고, 앨범도 안 내면서 그 집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게 너무 불편했다”며 “그렇다 보니 뭐라도 계속해보려고 두드리게 됐다. 그 덕분에 슬럼프에서 좀 빨리 빠져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니까, 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팬들에 대한 부채감이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앨범을 내도, 항상 팬들이 돌려주는 게 더 많으니 소용이 없다. 평생 갚아나가야 하는 팔자”라는 말로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건의 지평선’의 흥행으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그는 현재는 직장인처럼 매일 회사에 출퇴근해 작업하며 그 ‘부채감’을 갚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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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사건의 지평선’ 잘 되고 데뷔 20년 만에 체조경기장(KSPO 돔)에 입성했다.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결혼식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했다.(웃음) 잊고 있던 일가친척이 다 와서 축하해주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다 와서 노래를 불러주고 축하해주고, 정말 감사했고 큰 힘이 됐다”고 지난 2월 치른 20주년 기념 콘서트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오전 10시부터 8시간 정도로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출근을 하고 있다. 출근하게 되니 그 시간 동안 뭐라도 하게 되더라”며 “사실 지금도 누가 해준다고만 하면 대신 프로듀싱을 해주면 좋겠다.(웃음)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주변에서 ‘일단 숟가락 한 번 들어봐, 이제는 젓가락 한 번 들어봐’ 하고 많이 도와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뷔 20주년의 윤하가 꿈꾸는 목표는 데뷔 50주년을 맞는 것이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멋있는 척, 허세 가득한 말 좀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너 혼자 힘드냐”고 웃으면서도, “그래도 지금 다시 보면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잘 견디고 운이 좋아서 크게 다치지 않고 여기까지 이끌어줬음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스스로를 격려했다.

이어 “이제는 조용필 선배님처럼 50주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0년도 힘든데 50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기회가 된다면 조용빌 선배님을 한 번 찾아뵙고 비결을 물어볼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며, “팬들과 농담 식으로 50주년에는 게장을 차려놓고 디너쇼를 하자고 얘기하고 한다. 그냥 그때까지 잘 살아있자고 농담을 하곤 한다. 무대에 계속 세워줄 때까지 음악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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