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과학 주제, 선 넘었다? 포장지일 뿐”[인터뷰①]
‘이과 언니’ ‘천문학 가수’ 윤하가 다시 한번 새로운 과학과의 만남을 알렸다.
윤하는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지난 1일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GROWTH THEORY)’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21년 발매한 ‘엔드 띠어리(END THEORY)’를 잇는 ‘띠어리’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로, 또 한 번 음악과 과학을 접목해 새롭게 풀어낸 윤하만의 시선을 담은 10곡이 실렸다.
특히 이번에는 바다와 다양한 생물을 소재로, ‘소녀와 개복치, 그리고 작고 낡은 요트가 함께 하는 여정’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풀어내 더욱 기대를 높였다. 전곡을 자작곡으로 앨범을 완성 시킨 윤하는 지난 2일 서울 중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속이 시원하다. 저만 알고 있던 친구를, 출산한 느낌”이라고 솔직한 소감을 전하며 웃었다.
그는 이번에도 다양한 과학적인 이야기로 앨범에 접근했던 것을 두고 “과학 채널 위주로 많이 보다 보니까 알고리즘에 잠식이 됐다. 이제는 천문학을 넘어서 생물학이나 화학 관련 내용도 떠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신기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접목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역주행 신화를 쓴 ‘사건의 지평선’을 비롯해 ‘오르트구름’ ‘살별’ ‘6년 230일’ 등 천문학과 기후 등을 주제로 한 여러 곡으로 인해 ‘이과 언니’ ‘천문학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윤하다. 지난해 2월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 행사에 초청되기도 했다.
윤하는 이와 관련해 “처음에 초청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축하 무대를 하는 줄 알았는데, 노래하는 게 아니라더라. 5분을 연설을 해야 된다고 했다. ‘나라님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너무 떨렸다. ‘성공한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고 에피소드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그런 타이틀과 이미지로 지나치게 주목받는 것이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 더불어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하는 소재를 주제로 삼는 것에 대해 노래가 ‘어렵다’는 반응을 얻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도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를 비롯해 ‘죽음의 나선’ ‘케이프 혼’ ‘로켓방정식의 저주’ ‘코리올리 힘’ 등 제목만 봐서는 선뜻 내용을 유추하기 어려운 곡명들이 담겼다.
그러나 윤하는 “제목만 봐서 그렇다. 편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도 세 네 곡 정도만 그런 제목으로 하려고 하다가 ‘에잇’ 하고 그냥 다 그런 단어를 넣게 됐다”면서도 “그렇지만 과학적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소재로 결국엔 삶의 자세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양물고기’는 개복치의 영문명인 ‘선피쉬’를 따서 지었다. 발광체 동물이라, 발광했을 때 바다에 태양이 뜬 것 같다고 해서 선피쉬라고 불린다는 걸 알고는 쓰게 된 노래”라며 “개복치가 나약한 동물로 알려졌는데, 알고 보니 오해가 많았더라. 인간의 오해를 받는 삶이지만 그에 낙담하지 않고, 하늘의 태양은 못 돼도 바다의 태양이 되어 살아가겠다는 삶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앨범의 트랙리스트를 보고는 ‘선 넘었지 않냐’는 반응도 있었다.(웃음) 그렇지만 과학 소재에서 주제를 따온 것뿐이다. 포장지 같은 것”이라며 “지난 앨범은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영역이 중요해지면서, ‘우리’라는 키워드가 멀어진 것 같다. 아무리 사회가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사람은 끊임없이 교류해야 하고, 원석이 깎여나가 다이아몬드로 거듭나는 것처럼 우리도 서로 깎아나가면서 어떤 형태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윤하는 “앞으로도 계속 과학적인 소재로 표현하고 싶은 다른 주제들이 나올 수 있어서 부담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 미공개 곡도 정말 많고, 어디까지 계속될지는 저도 사실 모르겠지만, 반응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쭉 이어질 ‘이과 언니’ 행보를 예고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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