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에 묶어주자 '고맙다'"…합창단장 개입 부인한 신도
유영규 기자 2024. 9. 4. 12:24
▲ 교회 여고생 학대 살해 혐의 신도
교회에서 함께 생활하던 여고생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신도가 공범으로 함께 재판받는 합창단장의 범행 개입을 사실상 부인했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3부(장우영 부장판사)는 오늘(4일) 아동학대살해와 중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도 A(54·여) 씨 등 3명의 4차 공판을 열었습니다.
오늘 법정에서는 A 씨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으며 교회 합창단장 B(52·여) 씨 등 나머지 공범 2명도 함께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았습니다.
검찰은 증인신문에서 여고생 C(17) 양이 숨진 이번 사건에 교회 설립자의 딸인 B 씨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습니다.
검사는 A 씨와 B 씨가 과거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제시하며 "평소 B 씨에게 새벽 운동 여부를 허락받은 걸로 보이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A 씨는 "C 양을 돌보는 상황에서 (운동을 가게되면) 다른 누구한테 맡겨야 해 물어본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A씨는 "B씨가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관리하는 상황이 아니었느냐"는 검사의 추가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A 씨는 사건 발생 당시인 지난 5월 자신은 C 양과 함께 교회 216호에서 함께 지냈고, B 씨는 맞은편 215호에서 업무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검찰 조사 때는 'B 씨의 허락을 받고 다른 신도와 함께 C 양을 관리했다'고 진술했는데 맞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A 씨는 "확실히 기억 안 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며 말을 뒤집었습니다.
그는 "지난 2월 중순에 C 양에게 수면제를 먹일 때 B씨의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누가 시켰는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C 양의 상태를 B 씨에게 전달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검사가 추가로 제시하자 "보고가 아닌 일상생활에 관한 내용을 그냥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합창단장인 B씨가 A씨 등 신도들에게 "피해자를 감시하면서 결박하라"며 일방적으로 지시했고, 이행 상황을 보고받기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 A 씨는 증인신문에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피해자가 스스로 몸을 (줄 같은 걸로) 묶어 달라고 하기도 했고, 고맙다고도 했다"며 "교회에서 도망가려면 충분히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인천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C(17) 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C 양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거나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게 했습니다.
A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C 양이 자해해 막으려고 했다"면서도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C 양 어머니도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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