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종교 수호 기관 전락할 것” 인권단체, 안창호 자진사퇴 촉구
인권 시민사회 단체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종교 편향, 소수자 차별, 자질 논란 등을 비판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위의 위상 강화는 안 후보자 사퇴부터가 시작”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전날 안 후보자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 발언들을 비판하며 “안 후보자는 소수자들의 권리를 외면하고, 인권위에서 ‘인권’을 지우는 일에 앞장설 인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후보자 임명은 인권위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역주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안 후보자의 종교적 신념이 편협하고 편향적이라며 공직 수행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안디도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극단적이고 편향적 시각을 가진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인권위는 일부 보수 개신교 주장을 수호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직무에 개입하는 인권위원장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고 했다.
안 후보자의 성에 관한 인식 역시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왜곡돼 있다고 비판했다. 수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안 후보자가 저서에서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을 두고 “왜곡된 성폭력 통념을 그대로 담은 것으로서 이 발언이 왜 문제인지 모른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가 ‘제1회 성교육의 날’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로 참석한 임정희씨는 “인권위원장 후보가 먼저 성교육을 받으셨으면 한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분이 인권위원장 후보가 됐다니 심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 인식’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왜 성범죄를 두둔하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시민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인권위원장 후보자’가 등장한 것 자체가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핑계 삼아 차별금지법 제정 책임을 방치해온 역사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회는)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차별과 혐오, 선동과 침묵의 정치에 책임이 있다”며 “야당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지 않으면 안 후보자의 자격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공동행동 측은 안 후보자가 김문수 고용노동자 장관의 노동조합 혐오 발언에 대해 답을 피한 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 평가에 침묵한 점 등을 들면서 “이런 관점을 가진 이가 어떻게 헌법재판관까지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인권위가 소수자 인권을 외면한 대표 사례로 국제사회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오명을 거두고 싶다면 안 후보자는 이제라도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 교육 필요성, 1948년 건국 완성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윤 대통령 ‘건폭’ 발언에 대한 평가 등 현 정부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답변 드리기 어렵다”며 침묵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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