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칠까봐 슬라이딩도 못하게 하는데···가슴철렁했던 공포의 밤, 리그가 주목하는 김도영의 ‘피니시’[스경x이슈]
KBO리그의 역사적인 이름 이종범은 1994년 타율 4할에 도전했다. 100경기 넘어서까지 4할대를 유지하다 8월 음식을 잘못 먹어 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페이스가 뚝 떨어져 결국 0.393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내내 폭발하고 대기록을 눈앞에 둬도 마지막까지 아주 작은 몸 관리조차 얼마나 중요한지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례다.
그 레전드 이종범의 후예라 불리는 김도영(21·KIA) 때문에 KBO리그가 잠깐 긴장했다. KIA는 잠시나마 정신적인 공황 상태를 겪었다. 김도영이 강속구에 팔꿈치를 맞고 병원에 갔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3일 광주 LG전에서 5회말 2사 2루 LG 선발 에르난데스의 3구째에 팔꿈치를 맞았다. 고통스러워 했다. 보호대를 차고 있었지만 시속 150㎞ 직구에 맞은 터라 심한 부상도 우려됐다. 바로 교체된 김도영은 검진을 받으러 병원으로 이동됐다. KIA는 4-2로 앞서 있었지만 스코어보다 김도영에 대한 걱정, 근심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온통 휘감았다.
올해 KIA는 경기 중 부상 정도가 커 병원으로 이송된 선수의 경우는 전광판을 통해 교체 사유와 검진 뒤 결과까지 안내해주고 있다. 김도영의 검진 결과는 경기 말미에 나왔다. 뼈에는 이상 없는 단순 타박상이었다. 전광판에 김도영이 무사하다는 안내가 뜨자 관중석에서 일제히 안도의 박수가 터져나오는 진풍경도 있었다.
김도영은 앞서 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타석에서 마지막 스윙을 한 뒤 아파했다. 왼쪽 어깨에 통증이 있는 듯 얼굴을 찡그렸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서는 한참을 웅크리고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는 듯했다. 트레이닝 코치들이 데리고 이동하는 모습도 중계 화면에 노출됐다. 부상 우려에 팬들이 들썩였다. 순간적으로 어깨에 찝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는 김도영은 다행히 별 문제 없이 다음 경기에도 출전했다. 팬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든 선수가 다치지 않고 뛰어야 하지만 현재 특히 김도영의 건강은 리그의 건강이다. 김도영 자체가 올시즌 리그 흥행과 인기가 폭발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KBO리그의 역사를 김도영이 바꿔가고 있고 그 마지막 지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김도영은 현재 타율 0.347 35홈런 36도루 98타점 125득점을 기록 중이다.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은 지금 에릭 테임즈 이후 처음, 국내타자 최초의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는 중이다.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에도 2타점만 남겨놓고 있다. 2000년 박재홍과 2015년 테임즈밖에 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김도영은 서건창(KIA)이 넥센에서 뛰던 2014년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135득점)에도 10득점만 남겨놓고 있다. 득점과 장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타율은 어느새 1위 에레디아(SSG·0.357)를 1푼 차로 쫓았다. 안타도 167개를 쳐 1위 레이에스(롯데·171개)와 4개 차다.
이 모든 활약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강력한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모든 기록의 완성점을 향하고 있는 시점, 한 경기 한 타석이 중요한 상황이다. 대기록이 경신되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리그의 숙제이자 기쁨이기도 하다.
김도영 스스로도 부상만은 당하지 않아야겠다는 각오가 있다. 데뷔 첫해에도, 지난해에도 부상으로 시즌 전체를 소화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 뒤 대표팀에서 입은 부상으로 올시즌 준비가 늦어져 개막 직후 고전하는 경험도 했기 때문이다. 3년차인 올해는 처음으로 다치지 않고 풀타임을 완주하는 것이 시즌을 치를수록 강해지는 김도영의 첫번째 목표였다. 심지어 어마어마한 커리어를 달리고 있는 김도영은 경기 중에는 몸을 사리지 않고 뛰고 슬라이딩 하면서도 경기 외에는 최대한 조심해 생활한다.
김도영이 다친다는 것은 KIA에게 상상도 하기 싫은 재앙이다. 이미 부상자가 너무 많은 채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확정을 위해서는 갈 길이 더 남았다. 정규시즌을 우승하더라도, 김도영이 며칠이면 털고 일어날 수준 그 이상의 부상을 당한다면 KIA의 가을야구도 암울해질지 모른다. 다칠까봐 김도영에게는 벌금을 1000만원이나 걸고 헤드퍼스트슬라이딩도 못하게 하는데 팔꿈치에 강속구를 맞고 아파하는 모습을 본 순간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KIA 모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날 검진을 받고 돌아와 승리 뒤 선수단과 함께 관중에 인사한 김도영은 밝은 표정이었다. 의도치 않게 대형 민폐를 끼칠까 마음 졸이던 LG쪽을 향해서도 괜찮다는 손짓을 보냈다. 잠시 공포의 밤이었다. KIA 선수단과 팬은 물론 리그가 평화를 되찾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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