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연구 고도화하려면 첨단 소재 인프라 필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COVID-19‧코로나19) 사태 이후 ‘마모셋 원숭이’를 비롯해 중국에서 들여오던 영장류들의 수입이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이후 독일국가영장류센터에서 어렵게 원숭이를 확보했습니다. 바이오 소재 수급에서 글로벌 연구기관 네트워크가 중요한 가운데 국가모델동물연구소(KMPC)는 국가 간 교류를 위해 더욱 힘쓰겠습니다.”
성제경 국가동물모델연구소 소장‧바이오소재중앙은행 협의회장은 최근 서울 광화문 HJ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국은 9월 4일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 바이오 소재 국제학술대회 ‘아시아 연구소재은행 네트워크(ANRRC)’의 개최국이 되면서 아시아 바이오 연구 중심지로 자리 잡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바이오 기술의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NRRC는 생물 소재 분야 아시아 국가 간 교류를 위해 2009년 설립됐다. 16개국 112개 기관이 참여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8개국 18개 기관이 참석해 아시아 지역 주요 생물자원 관리 및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한국의 디지털 바이오혁신 방안‘에 대한 기조 강연을 비롯해 성제경 소장, 시로이시 도시히코 일본이화학연구소바이오소재센터(RIKEN BRC) 연구원, 준차이 마 중국과학기술한림원 연구원이 한·중·일 3개국의 바이오 소재자원은행의 현황과 비전을 소개한다. 천종식 CJ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 등 산업계 연사들은 소재은행별 사업화 성과 및 소재 정보, 자원의 이용 활성화 방안 등을 발표한다.
성 소장은 "미생물, 모델동물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바이오소재 전체를 아우르는 학회와 모임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외 연구와 산업 양쪽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 국내 바이오 자원은행 역량도 집결…14대 소재 클러스터로 통합 운영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바이오 소재 기관 역량도 최근 재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6개 관계부처는 2020년 국가생명연구자원 관리‧활용 기본계획에 따라 부처별로 관리되던 기존 바이오 자원 은행 274개를 범부처 14대 소재 클러스터로 통합했다.
바이오소재 클러스터는 병원체, 모델동물, 종자, 야생생물에 이르기까지 바이오산업과 연구 현장에서 활용되는 바이오소재의 효율적 통합 관리와 품질 제고를 위한 주요 소재별 소재 자원은행 거버넌스를 의미한다.
성 소장은 "이전에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어떤 분야를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과학·산업 분야의 고도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개인 연구자의 역량 못지않게 많은 정보가 통합된 인프라 환경이 필요하다"며 바이오 클러스터의 중요성을 되짚었다. 그는 또 "소재와 관련 선진화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소장은“경부고속도로나 인천국제공항 등이 국가 인프라로서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했듯이 첨단바이오 육성과 발전을 위해선 이에 걸맞은 첨단 바이오 소재 인프라 구축과 활용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이는 개인 연구자 수준의 노력으로 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기관 차원의 움직임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모델동물연구소는 다부처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를 위한 ‘바이오 연구 소재 활용 기반 조성 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모델동물 클러스터 육성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022년 과기정통부로부터 생명연구자원 책임기관으로 지정돼 마우스, 초파리, 제브라피시 등 다양한 모델동물 자원의 표준화 및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모델동물은 신약 개발 및 효능 검증, 기초 바이오 연구의 이론 검증 등에 가장 핵심적인 연구 소재다. 모델동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마우스(생쥐)뿐만 아니라 초파리, 제브라피시, 원숭이, 마모셋, 미니돼지, 제노푸스, 예쁜꼬마선충 등의 다양한 거점은행들이 연계돼 운영 중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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