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미녀 스타’ 브룩 실즈, 美 연극배우 노조 위원장 됐다

최혜승 기자 2024. 9. 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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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 제77회 토니어워즈에 참석한 배우 브룩실즈. /AP 연합뉴스

1980년대 청춘 스타 배우 브룩 실즈(59)가 미국 배우노동조합(Actors’ Equity Association·AEA) 위원장을 맡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AEA는 연극·뮤지컬 등 공연 업계에 종사하는 배우 등이 가입하는 노조로, 노조원 수는 5만1000명에 이른다. 실즈는 “내 명성을 활용해 공연 배우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실즈는 지난 5월 AEA 위원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4년이며, 무보수 명예직이다. 실즈가 처음 배우 노조에 가입한 건 11세였다. 아동 매춘부 역할을 맡았던 ‘프리티 베이비’(1978)를 촬영하면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에 가입했고 이후 50년 가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그는 “나는 어렸을 적부터 노조원이 됐고, 어머니는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노조에 찾아가라고 말했다”면서 “노조는 부모와 같다.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때 목소리를 대신 내겠다”고 했다.

‘블루 라군’ ’끝없는 사랑’ 등의 영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29세부터 ‘시카고’ ’그리스’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 5편에 출연했고 AEA와도 인연을 맺게 됐다. 실즈는 “(뮤지컬 배우로) 인기가 많진 않았지만, AEA가 나를 지지해줬다”고 했다. 노조위원장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날 진정으로 품어준 커뮤니티에 보답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라고 여겼다”고 했다.

배우 브룩 실즈(59)가 미 연극배우노동조합(AEA) 위원장이 됐다. 사진은 작년 3월 12일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 파티에 참석한 브룩실즈의 모습./ 로이터 뉴스1

실즈는 생후 11개월에 비누 광고 모델로 데뷔했다. 11세 때 매춘부 역할로 영화에 데뷔한 이후에도 미성년자 배우들의 노출 장면이 포함된 ‘블루 라군’, 캘빈클라인의 선정적인 청바지 광고 등에 출연하며 아동 성 착취 논란에 휘말렸다.

‘세기의 미녀’로 불렸던 그는 20대 이후의 외모 변화로 말단비대증, 성형 수술 등의 루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최근엔 20대 때 할리우드 거물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프리티 베이비’를 통해 그는 1987년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 할리우드 영화사의 고위 임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영화 ‘프리티 베이비’에 출연했을 때는 11세의 나이에 27세의 배우와 키스신을 찍도록 강요당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수십년간 자신이 겪었던 성적 대상화와 할리우드에 만연한 성 상품화를 규탄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59세가 된 실즈는 노조위원장뿐만 아니라 작가, 사업가로 변신해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노화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고, 중년 여성을 위한 헤어 케어 브랜드도 만들었다. 넷플릭스 영화 ‘신부의 어머니’에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실즈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공인이 된다는 것’은 제가 평생 고민해온 문제이자 늘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제다. ‘브룩 실즈’라는 공적인 인격을 활용해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영화 ‘블루 라군’(1980)에 출연한 브룩 실즈(사진 왼쪽)의 모습./ IMDb

실즈는 취임 직후부터 브로드웨이 극장 파업을 이끌고 있다. 브로드웨이 배우들은 지난 6월부터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며 신작 개발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 실즈는 배우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배우 활동비 감세 법안’ 부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이달 중 워싱턴 DC로 가 민주·공화당 의원들을 만날 계획이다. 실즈는 “아직도 많은 배우가 팬데믹 시기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뉴욕에서는 브로드웨이 급여로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국 곳곳을 다니며 지역 극장에서도 공연해야 한다”고 했다.

실즈는 다음 달에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디즈니랜드 리조트에서 일하는 노조원 1700명을 대표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그는 임금 인상과 고용 보장 안건 등을 두고 디즈니 경영진과 교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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