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맞춤 광고’ 왜 뜨나 했더니… “빅테크가 대화 엿듣고 있었네”

■ 구글 등 사용자 음성수집 의혹
英 CMG, SW로 대화수집·분석
6단계 과정 설명된 자료 유출돼
구글,사태후 웹서 ‘CMG’ 삭제
페북·아마존 등도 기술사용 의혹

편리함을 위해 개발된 스마트폰이 검색기록, 목소리 등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가 사람들의 대화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실일 경우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지며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마케팅 파트너 중 한 곳인 ‘콕스 미디어 그룹(CMG)’의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유출됐다. 해당 자료에는 CMG가 어떻게 ‘액티브 리스닝(Active-Listening)’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맞춤 광고를 생성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 노트북, 홈 어시스턴트 등의 마이크를 통해 수집된 음성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구매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광고주가 음성 데이터를 행동 데이터와 결합해 소비자를 타기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출 자료엔 액티브 리스닝 소프트웨어가 사용자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는 6단계 과정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었다. 광고주는 이를 통해 파악한 음성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의도를 가진 ‘구매 의향 소비자’를 대상으로 맞춤 광고를 올려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매체는 “친구와 특정 제품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온라인에서 해당 상품을 검색한 후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됐다면 그 이유가 이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자료에는 이 회사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을 주요 고객으로 소개한 부분도 포함됐다. 해당 자료가 유출되면서,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전화통화 내용이 도청되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대다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이번 유출 사건으로 ‘도청설’이 사실일 수 있다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구글은 ‘파트너 프로그램’ 웹사이트에서 CMG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CMG가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마존도 “CMG와 이 프로그램에 대해 협력한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CMG는 이번 자료 유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 정부는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을 엄격히 금지하는 추세다.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2022년 구글과 메타에 이용자 동의 없이 행태 정보를 수집한 이유로 1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겼다. 행태 정보는 개인이 웹사이트나 앱을 사용하면서 남기는 다양한 활동 기록을 말한다. 지난해 구글의 검색·광고 부문 매출은 모회사 알파벳 매출(3074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57%(17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유튜브 광고(315억 달러)까지 더하면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맞춤 광고에서 나왔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