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지사 전 보좌관, 중국 스파이 혐의로 기소

김서영 기자 2024. 9. 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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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전 보좌관 린다 쑨(오른쪽)과 남편 크리스 후(왼쪽)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시 호컬 미국 뉴욕주지사의 전 보좌관이 외국 대리인으로 정식 등록하지 않은 채 대가를 받고 중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당사자는 이를 부인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 연방검찰은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호컬 주지사의 차석 보좌관이었던 중국계 미국인 린다 쑨(40)과 남편 크리스 후(41)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비자 사기, 돈세탁 등 10가지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는 쑨이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중국을 위해 일했다는 뜻이다.

65쪽짜리 공소장에는 쑨이 대만 정부 관계자들과 호컬 주지사 등 미 정계 인사와의 만남을 수차례 무산시킨 정황이 담겼다. 한 주의원이 호컬 주지사에게 “대만 정부 관계자를 함께 만나자”고 초청하자, 민감한 문제에 엮이기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식이다. 또한 쑨은 고위급 정치인의 중국 방문을 추진하거나, 뉴욕주 관계자와 중국 정부 대표단과의 만남을 주선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요구에 맞춰 뉴욕주의 문서와 서명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쑨은 허가도 없이 중국 정부 관리들이 주정부 공식 선언문과 주지사 서명이 있는 공식 문서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문서가 실질적인 의미가 있진 않지만 일부 외국 정부는 높이 평가하는 문서”라고 했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쑨이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안건을 은밀히 홍보하며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쑨이 그 대가로 남편의 사업과 관련된 수백만달러어치 거래, 공연 티켓, 친척의 취업 특혜 등을 받은 것으로 봤다. 또한 부부가 소유한 410만달러(약 55억원)짜리 저택과 하와이에 있는 190만달러(약 25억5000만원)짜리 콘도, 2024년형 페라리 차량 등의 구입 자금 역시 중국이 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고위 외교관의 요리사로 추정되는 이가 쑨의 부모에게 난징식 오리 요리를 배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뉴욕주에서 보좌관으로 뉴욕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 피고인의 가족은 불법적인 책략으로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부를 축적했다”고 지적했다.

쑨과 후는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쑨은 중국 외교 공관과의 접촉이 금지됐다.

쑨은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귀화했다. 앤드루 쿠우모 전 주지사 임기를 비롯해 약 15년 동안 뉴욕주에서 일했다.

호컬 주지사는 쑨의 혐의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쑨의 체포 이후 뉴욕주는 “쑨의 위법 행위를 발견해 지난해 3월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은 중국 스파이 의혹을 받는 이들을 검거·처벌하고 있다. 지난달엔 70대 중국계 학자 왕수쥔이 겉으로는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뒤로는 반중국 인사의 정보를 수집해 중국에 넘긴 혐의로 미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왕수쥔 역시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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