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 더 이상 혈연중심으로 봐선 안된다”

■ ‘구하라법’청원 4년만에 제정 이끈 노종언 변호사
“자식 버린 뒤에도 상속요구
앞으로는 사회서 사라질 것
가족도 최소한 의무이행해야
나중에 권리 인정받을 수 있어”

“더 이상 가족 관계를 혈연 중심으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에 대해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46·사진) 변호사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2020년 3월, 그가 민법 개정을 요청하는 입법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지 4년여 만에 일군 결실이다.

지난 2019년 11월, 걸그룹 카라 출신 K-팝 스타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다. 이 직후 약 20년 전 고인을 저버렸던 친모가 나타나 재산 상속을 요구했다. 이에 고인의 친오빠인 구호인 씨는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상속 포기를 요청했다. 이때 구 씨 측 변호인이 노 변호사였다.

노 변호사는 3일 문화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천안함, 세월호 사건 때도 자식을 버린 부모가 나타나 상속을 요구하고, 실제로 사망보험금을 받아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지만 법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면서 “구호인 씨가 동생과 서로 기대며 버텼던 세월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구)하라를 버린 친모가 그 목숨값을 달라고 할 수 있냐’고 토로했다. 그 직후 ‘법을 바꿔 보자’고 의기투합해 입법 청원을 진행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구하라법’은 오는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물론 이미 친모와 재산 분할을 마친 구하라의 유족에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개정안이 통과된 후 구 씨와 통화를 나눴다는 노 변호사는 “그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며 “구호인 씨는 대단히 슬프게도 동생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마지막까지 우리 사회를 위해 좋은 유산을 남겼다는 것에 뿌듯해하며 ‘동생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변호사는 ‘혈연 중심’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점 역시 바뀌어야 한다면서 “가족 간에도 의무가 있다. 그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해야 권리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을 통해 확인됐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 변호사는 지난 7월 ‘사이버레커’를 막기 위한 입법 청원을 제기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