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포커스] 서울 싱크홀, ‘8월’ ‘강남’ 가장 많았다

김양혁 기자 2024. 9. 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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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7년간 서울 싱크홀 109건 분석
8월 장마철, 영향…비가 땅 밑 흙 쓸고 내려가
10년 땅 밑 조사…2m 아래 빈 공간 탐지 안 돼
서울 서대문구 성산대교 방면 성산로에서 싱크홀(도로 꺼짐)이 발생해 현장 관계자들이 굴삭기를 동원해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최근 7년간 서울에서 ‘싱크홀(도로 꺼짐)’이 총 109건 일어났는데 월별로는 8월 발생이 25건(23%)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15건(14%)으로 가장 많았다. 싱크홀 발생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 50건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싱크홀이 8월에 자주 발생하는 것은 이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장마철 내린 비가 땅 밑에 있는 흙을 쓸고 내려가 빈 공간(공동)이 생기고 지상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당장 시민들은 내 발밑은 안전한지 우려하고 있다. 도심 싱크홀은 전조 증상도 거의 없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공동을 발견해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한 땅꺼짐 탐사대를 운영 중이지만, 지하 2m까지 밖에 탐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7년간 8월, 가장 많이 무너졌다…지역은 강남구 최다

4일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총 109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8년 17건을 시작으로, 2019년(13건), 2020년(15건), 2021년(11건)까지 등락을 거듭하다 2022년(20건)과 2023년(22건)까지 2년 연속 증가 추세다. 올해는 8월까지 11건이 발생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98건)를 월별로 보면 8월이 21건으로 21%를 차지했다. 1년 중 비중이 가장 크다. 이어 3월(14건), 7월(12건), 9월(11건), 6월(10건), 4월(7건), 12월(6건), 1월(5건), 10월(4건), 5·11월(각 3건), 2월(2건) 등의 순이다. 또 올해 1~8월 서울 싱크홀 발생 건수까지 더하면 지난 7년 간 8월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다. 올해는 11건 중 4건이 8월에 발생했다.

자치구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13건), 영등포(10건) 등의 순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1~9건 발생했다. 25개 자치구 중 광진구만 유일하게 1건도 없었다.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차도에서 싱크홀(도로 꺼짐)이 발생해 승용차가 빠져 있다./뉴스1

◇8월 장마철, 땅 밑 취약…싱크홀 원인, 절반 가까이 ‘하수관 손상’

싱크홀이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비가 많이 내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7년 동안 8월 서울 내 월 평균 강수량은 316.5㎜로, 12개월 중 가장 많았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8월 장마철 내린 비가 땅 밑 흙을 쓸어 가면서 공동이 생긴 영향이 주원인”이라면서 “장마 이후 도로 복구 등 정비 작업이 많은 탓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서울 내 싱크홀 발생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 50건(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짐(되메우기) 불량이 19건, 굴착공사 부실이 14건 등이다. 지난 8월 30일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역시 하수관 손상이 원인이었다. 하루 전인 29일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성산로 싱크홀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40대 여성 A씨는 “집이 주변이라 사고 현장도 보고 뉴스에서 차가 땅에 빠지는 영상도 봤다”라며 “겁이 나서 최근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 부동산중개인 B씨는 “현재 도로가 임시로 포장돼 있지만, 아직 사고 원인을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서울시, 10년간 2만4067㎞ 조사…2m 아래 탐지 못 해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도로 아래 공동을 발견해 싱크홀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땅꺼짐 탐사대’를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서울 전역 2만4067㎞를 조사해 6953개의 공동(빈 공간)을 복구했다.

서울시 재난안전실 도로관리과 직원들이 땅꺼짐 탐사대 차량에 실린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이번 사고는 예방하지 못했다. 공동 조사에 쓰는 지면 침투 레이더(GPR) 기기의 한계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박영한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기기는 아스팔트 도로 표면 기준 2m 아래까지만 탐지할 수 있다. 2m보다 더 밑에 있는 빈 공간은 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성산로 일대는 10년 동안 조사한 대상 도로도 아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 안전등급이 A·B·C·D·E까지 있는데 특별점검 대상은 D(미흡)와 E(불량)”라며 “사고가 난 연희동 성산로는 줄곧 안전 등급이 B(양호)라 특별점검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땅꺼짐 탐사대와 별개로 서울시가 용역을 써 매년 진행하는 정기점검도 있지만, 예산 문제로 전 지역을 조사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연희동 성산로에 매달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특별점검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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