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포옹에 큰 세리머니까지…삼성 구자욱은 그라운드에서 연기를 한다
삼성 주장 구자욱(31)은 소위 말하는 ‘내향형’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야구장 안에서의 구자욱은 달라보인다. 누가 봐도 ‘외향형’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한다. 선발 투수가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했을 때에는 포옹을 하면서 반긴다. 홈런을 치거나 적시타를 친 동료가 있으면 이들에게도 환대한다.
자신이 결정적인 타격을 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세리머니를 한다. 베이스를 밟으며 포효를 한다거나 더그아웃을 향해 큰 동작으로 자신의 기쁨을 표현한다.
지난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이날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6회 솔로 홈런을 친 뒤 9회에도 1점 홈런을 쳤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로 돌면서 구자욱은 손을 번쩍 들며 세리머니를 펼쳤고 라이온즈파크를 가득 채운 팬들은 그를 향해 환호성을 보냈다.
구자욱의 홈런 두 방에 힘입어 삼성은 5-1로 승리했다.
경기 후 구자욱에게 야구장에서의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를 묻자 “내가 원래 그런걸 되게 못한다. 성격 테스트 MBTI로 따지면 ‘I(내향형)’에 속한다”라며 “야구장 안에서 연기를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는 힘들긴 하지만 내가 해야하는 역할이고 내가 맡아야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구자욱이 야구장에서 ‘연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삼성이 정규시즌 막판 1위 결정전을 벌일 정도로 상승세를 탈 때에도 구자욱은 평소에 하지 않던 큰 제스처를 선보이곤 했다. 이날 홈런 세리머니도 비슷한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그는 “팬들도 보고 있고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분위기를 올리려면 내가 먼저 움직여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쁜 마음도 숨기지 않으려고 하는데 좋은 영향을 주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도 사실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삼성은 3일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전까지만해도 삼성이 이런 성적을 내리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신구 조화가 잘 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호성적을 냈다.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은 이어질 전망이다.
구자욱은 “야수 최고참인 강민호 형이 많이 도와주고 (박)병호 형이 오면서 밑에 선수들이 많이 배우고 있다. 병호 형이 열심히 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데 본인의 경험을 알려주기도 하고 경기 중에도 대화를 많이 해줘서 주장으로서 고맙다”며 “투수진에도 김재윤, 임창민 형이 열심히 던져주시고 원태인이 중간에서 잘 해주고 있어서 우리가 잘하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어린 김영웅, 이성규, 김지찬, 이재현 등이 골고루 좋은 플레이를 해주고 있다.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 잘하기만한다고 해서 성적이 좋을 순 없다”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은 팀 홈런 158개로 이 부문 1위다.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의 이점을 잘 활용한 것도 있지만 자신감 있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도 한 몫한다.
구자욱은 “코칭스태프나 감독님이 요구하는 스타일을 우리가 잘 맞춰서 따라가고 있다”며 “홈런 1위는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망설이면 칠 수 없는게 홈런이다. 망설이지 않고 자신있게 스윙 돌릴 수 있게끔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삼성 선수들이 고루 홈런을 치고 있는 가운데 구자욱은 26홈런으로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 중인 구자욱은 데뷔 첫 30홈런 달성을 앞두는 중이다. 그러나 그는 “주장이 된 이후에는 개인 기록을 거의 안 쳐다봤다. 개인 성적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며 “꼭 좀 더 높은 곳에서 팀이 가을야구를 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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