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목숨 앗아간 성탄절 화재’ 70대 남성, 금고 5년

재판부 “책임 회피하고 유족들에게 용서 받지 못해”

서울 북부지법. /뉴스1

지난해 성탄절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를 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최형준 판사는 중실화·중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 김모에게 금고 5년을 4일 선고했다. 이는 김씨가 받는 혐의 관련 법정 최고형에 해당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오전 4시 57분쯤 서울 도봉구의 23층 규모의 아파트 3층 자택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내 같은 아파트 주민 2명을 숨지게 하고 27명에 중경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지난 6월 6일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주민이 숨지며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이 화재 당시 김씨 위층에 살던 박모(33·남)씨는 생후 7개월 된 딸을 품에 안고 창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목숨을 잃었다. 화재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임모(38·남)씨는 10층에 살던 가족들을 대피시키고 가장 늦게 집을 나섰다가 비상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7시간 동안 방에서 바둑영상을 보며 담배를 연신 피우다 담배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았다. 이 불씨가 방에 있던 신문지·쓰레기봉투 등 타기 쉬운 주변 물건에 옮겨 붙어 아파트 동 전체로 확산했다. 또한 김씨는 화재를 확인한 이후에도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고 현관문과 방문을 열어 불을 더 키운 뒤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러 이웃과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며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었으나 피고인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피해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용서 받지도 못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가 선고받은 금고형은 징역형과 달리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따로 노역은 하지 않는다.

김씨 측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완전히 껐으므로 담뱃불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은 선고 뒤 울먹이며 “감사하다. 위안이 된다”면서 “(피고인은) 천벌을 받아야 한다.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