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삼성화재 vs 보험 '맏형' 삼성생명

배규민 기자 2024. 9. 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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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영역이 사라지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힘겹게 '맏형' 자리를 지키는 것과 삼성화재가 자산 차이에도 보험 1위를 넘볼 수 있는 건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험업 한 전문가는 "실질적인 면에선 이미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을 넘어섰다고 본다"면서 "생보업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향후 10년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만들어가지 않으면 생손보 격차는 점점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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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①삼성금융의 경쟁자는 삼성금융
[편집자주]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영역이 사라지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한 식구이지만 각각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예외는 아니다. 순이익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투자자 선택도 과거(자산)을 보느냐, 미래(가능성)를 보느냐에 달라진다. 보험업계 1위를 두고 다툴 수 밖에 없는 두 회사를 비교해봤다.

삼성생명 vs 삼성화재 2024년 상반기 실적 비교/그래픽=최헌정

삼성그룹의 양대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초격차'를 내세운 삼성화재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32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맏형' 삼성생명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각각 1조3685억원과 1조3124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주주 연결 기준)을 올렸다. 삼성화재가 1분기 70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삼성생명(6220억원)을 앞섰으나 2분기에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따돌렸다.

삼성생명이 상반기 보험 '맏형' 자리를 지켰지만 삼성화재와의 격차는 561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본업인 보험손익은 삼성화재가 1조1980억원으로 삼성생명(7120억원)의 1.7배에 이른다. 반면 투자손익은 삼성생명이 1조1130억원으로 삼성화재(519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이는 총자산의 거의 4배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상반기말 총자산은 320조원, 운용자산은 222조원이다. 반면 삼성화재는 총자산 86조원, 운용자산 82조원이다. 투자수익률이 삼성화재가 3.5%로 삼성생명 3.3%보다 앞서지만 자산차이를 극복하긴 어려웠다.

분기별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최헌정


삼성생명이 힘겹게 '맏형' 자리를 지키는 것과 삼성화재가 자산 차이에도 보험 1위를 넘볼 수 있는 건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생보산업은 201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온다. 상반기 생보사 순이익은 3조5941억원으로 손보사 5조7722억원보다 2조원 이상 적다. 지난해보다 생보사 순이익은 9.4% 감소하면서 순이익이 12.2% 늘어난 손보사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 생보사가 팔았던 변액보험, 저축보험, 종신보험 등은 초회보험료가 감소하고 지난해 국제회계제도기준 변경 이후에는 부채로 인식돼 실적에도 부정적이다.

생명보험업의 저성장 장기화는 삼성생명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와 자산규모를 바탕으로 보험 1위 순이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험상품의 포트폴리오 변화와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빠르게 찾지 못하면 권역 특성의 한계에 부딪힌다. 삼성생명이 올해 건강보험의 비중 확대에 '올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면 손해보험사의 주력상품인 보장성상품은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하다. CSM이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 미실현이익의 현재가치로 장기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2021년부터 생보사 실적을 넘어선 손보사들은 회계제도 변경 등을 계기로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손보사는 보장성상품 뿐 아니라 일반손해보험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의 직격타를 맞은 생보사와 달리 화재, 해상, 보증, 특종보험 등 일반손해보험은 성장세가 이어진다. 일반손해보험은 2020년 이후 8%대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4차산업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신규 보장영역 확대와 책임보험 시장 확대 등도 손보사에는 긍정적이다.

보험업 한 전문가는 "실질적인 면에선 이미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을 넘어섰다고 본다"면서 "생보업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향후 10년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만들어가지 않으면 생손보 격차는 점점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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